만 행

이재섭 9 10624
금요일 밤.. 2009년 3월 13일.
늦은 오후부터 내리던 봄비가 긋는다.
주말 비 예보와 기온이 내려 갈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는
그 신빙성을 따지기 전에 마음을 들떠게 한다.. 나의 오랜 벗.
산악사진의 도반인 김승기 선생이 그의 준마를 타고 나의 우거로 오고.
그의 크고 시원 시원한 인상과도 같이  명쾌한 그의 의견을 듣기를 좋아하는
나는 결론이 나지 않은 몇 가지 일들을 의논하며. 뱀사골로 간다.
그는 늘 명쾌하고  좌로나 우로 치우침이 없이 사물을 본다..
나의 편협함은 늘 그와의 대화에서 드러나고 나는 대인의 풍모를 가진 그를 존경하게 된다.

가벼운 행낭으로 촬영 장비와 우모복만 챙기고 일기를 보아가며 반야에 오르기로 하다.
야간산행으로  쟁기소에서 반야로 직등하는 빨치산 루트를 생각해 본다.
대운해가 밀려드는 지리의 새벽은 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산허리로 걸린 길을따라  그 달빛을 따라  진달래철 그 거센 바람속으로
밤 새워 올라 여명을 기다리던 반야아침의 기억. 그 날의 새벽의 별  효성의 시린  빛,,
산이 좋아  그  혹한의 밤을 눈 내리는 반야 중봉의 야영과  천상의 화원 같은
반야의 가을날  태극 종주길에 만나 나를 위하여  묻어둔 뜨거운 술을 파내어 오던 여인, .
그들이 불러주던 맑은음의  코오러스 .. 철쭉철을 그곳에서 보낸 사람들..
그들과의 교우와 그 순진 무구한 웃음 소리와. 지순한 우정.
나는 아직도 그 밤을 잊지 못하거늘..반야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보낸 밤과
그 여명과 한 낮의 기억들이 새로워 진다.

아. 나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과 그 인식의 끝을 같이 하였구나.
나와 그들과의 공유한 기억들은 언제나 정금(精金)과 같이 소중히 기억해야 하리.

차는 벌써  대진 고속도로를 달려 인월을 빠져 나온다.
갈수록 바람이 거칠어져서 차속에서도  그 바람을 느낄정도로 강풍이 분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  운해는 없을것이고.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으로  상고대는
기대할만 할 것이다. 반야로 오르기에는  예상되는 상황이 기대 할 수 없을것 같아서
뱀사골 베이스 캠프로  이동한다.

여주인이  방을 따뜻하게 뎁혀 놓아서  우리는 따뜻한 밤을 보낸다.
2시 취침. 새벽  어슴프레한 인기척이 있었으나 나는 모처럼의 숙면을 하다
김선생이 새벽에 일어나 천기를 읽고 들어왔던가 보다.
나는 여명의 밝은 빛 속에서 깨어나  아직 잔뜩 흐린 하늘 사이로 
눈 내리는 뱀사골의 산협을 바라 본다.
눈 내리는 산골 아침의 가벼운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다..

8시 어름에 반가운 얼굴들이 왔다. 이석찬님과 이상권님이 들어 선다 .
아무 약속도 없이 장날에 만나는 장꾼들 처럼,  그 곳에 가면 늘 보는 사람들.
속된 말로,,"산 히로뽕을 맞은 폐인들이다“,,새벽에 노고단에 올랐다가 가스에 갇혔다가
내려 오는 길이라. 볼테기가 얼어 그 상기된 얼굴은  소년의 가슴과도 같아
열에 들뜬 듯 산상의 상황을 이야기 한다.  산의 맑은 기운이 흐르는
정열로 말하는  언어가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아침 식사 후. 산동으로 이동하여 산수유를 보러 가다.
여전히 기온은 떨어지고 하늘은 파랗다 못 해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르다.
1200고지 이상으로는 밤 새 내린 눈이 긴 사유에 잠긴 듯  하얗게 빛나고 있다.
이광래 부이사장님의 전화와 곽 경보 선생의 전화를 받다.
뽐뿌성 중계 멘트를 하다.  두분다 오늘 일이 손에 안 잡힐 것으로 깊이 사료되오나..
지리는 장관을 이룬 빛의 축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우짤것인가?

성삼재를 승용차들은 오르지 못하고 지프만 통행이 가능하였다.
느린 걸음으로 시암재 빙판 길을 내려가서  구례 상위 마을로 들어 선다.
온 천지가 온통 산수유 노오란 꽃 잎으로  내 마음도 그 꽃의 일부가 된 듯 
꽃 샘 바람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 온다..
부산에서 온 사진 클럽 회원들 중에 반가운 분을 만나다.
우연은 늘 가벼운 기대를 하게 하는 법  그 곳의 바람은 쇄락하고 
만복대의 눈 쌓인 산정은 늘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나는 심미주의자가 되어 이 봄날의  산수유 나무 아래서 그 노오란 꽃 잎과
푸르른 하늘을 탐닉하는  바람의 에뜨랑제가 된다.

이 추위로 막 피기시작 하는 목련은  피어나지도 못하고  져버리리라.
한 때의 봄을 기다렸건만  시절은 수상하고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꽃이 지리라.
매화찬이라도 해야 할 듯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은  또 다른 아쉬움을 남긴다..
오 풍성한 축복의 봄이여.  모든 만민을 살리고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나는 경건한 구도자 처럼 
대자연을 기록하는  사진가로 이 자연을 마주하게 된 것을 늘 감사한다.

태탕한 봄은  곧 온 산하를 진달래 산천으로 불을 놓은 듯 하리라..
그 꽃을 따라 밀납을 탐닉하는 꿀벌처럼 나는 온 산하를 헤매이리.
늘 공허한 허허로움으로부터  이제는 풍성한 기쁨으로 사물을
보게 되는 축복을 받음을  안다. 그렇다  온 천하에 봄이 온 것이다.
나에게 또한 그대에게..저 위대한  평강의 봄이 오는 것이다.


2시가 넘어서야 촬영이 끝나고  구례의 칼치 구이가 맛있다는 식당으로 이동한다.
남도의 음식은 늘 깊은 맛이 있다. 풍부한 상상력이 음식에 담겨있음을 보게 된다.
깔끔한 식단으로 식사를 하다.  식도락가 석찬님의 안내와 대접으로 식사를 마치고
 만복대의 일몰 빛을 보기위하여  고리봉을 넘기로 하다.
성삼재 너머 가는 길 현대판  산적들이  지키는 천은사 매표소를 통과하다..
 종교의 이름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무리들이 승려의 복장을 하고 자비를 외친다..
 나는 한 때 시인 고 은을 사숙했었다, 시인 고은이 환속하여 다시 찿은 천은사를 노래한
 詩가 천은사운(泉隱寺韻)인데
그 詩는 다음과 같다..



그이들 끼리 살데
골짜구니 아래도 그 위에도
그들의 얼얼이 떠서
바람으로 들리데
그이들은 밤 솔 바람 소리
바위 모아 빈 산허리

가을이 오데.
바위 골라 나앉은 추녀끝
뜰에 떨어 지는 풍경 소리
그이들 끼리 살데
그이들은 늙데
돌아와 한번 잊은제
도로 가고 싶은 그이의 얼
바람이진 산허리
그이들끼리 살데.

-高 銀의 詩 천은사운 全文-

승려들의 청빈한 구도자적인 면모는 사라져 버린 천은사를 지날 때 마다 이 詩 속의
승려들의 상구보리 하화 중생의 보리심을 아쉬워 하다.

시암재 어름부터 있던 눈은 벌써 녹아 만복대와 고리봉의 설화를 떨어지게 한다.
반야 북사면으로는 희끗한 상고대가 봄 볕에 눈부시다.
고리봉으로 오르려던 오후의 일정을 변경하여 산채 식당으로 향하다.
오후 시간이 무료한 우리는  지프로 이동하여 인월 싸우나로 가서  목간을 하다 .
내 단골 찐빵 집에서 찐빵을 사서 갈라 묵다..

눈 내린 천왕봉의 원경이 일몰 빛을 받아 신비로웠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를  의아해 하는 일행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버 묵다.
금주 4개월째. 아니 쭉 금해야 될 것이 술이다. 그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잡기와 주색에 보낸 세월이 하 아쉬워지는 것은 .그 속절 없는 가벼움을 아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권면하고  보다 나은 시간을 위하여 스스로를 면려 하는 것, 나의 참회는..
나 에게 내가 주는 간곡한 잠언의 말이 길 수 밖에 없다..

10시경에 잠들다.
간단 없는 꿈 속을 헤매인다. 거친 꿈이다.
2시 이상권님이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하는 기척에. 모두 일어 나다.
"라면 좀 끼리소." 석찬님의 왕성한 식욕에 묵기 싫어도 주섬주섬 일어 나서
나는 라면을 끓인다.. 새벽 라면에 계란도 풀어 넣고. 대파도 썰어 넣었다..
조영도 고문님과 곽경보 이사님이 도착 02시30분 .자다가 묵는 라면이 맛 있었다..
세작으로 먼저 출발한 경보님으로부터  빙화가 지천으로 피었다는 전언에
바삐 출발하다. 안 올라 갈라꼬 누울 자리를 살피던 석찬님이 잽싸게
행장을 차리고...3시 30분 출발하다.


노고단에 오르자 빙화가 온 북사면에 맺혀 있어서 처연한 달빛에 빛나고 있다.
지리에서 빙화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 촬영 구도속으로 피어 있는 빙화를 본
우리 일행은 탄성을 낸다. 여명의 푸른 기운이 사위로  흩어지고  빙화에 반사 되어
빛나는 붉은 빛을 담기 위하여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린다..

아침의 신선한 빛을 반사하는 산호초 같은 맑고 투명한
얼음으로 만든 꽃이 온 산 가득히 피어있어
마치 유리로 만든 마법의 성을 보는듯 했다.
한 컷, 한 컷에 혼을 불어 넣어 작품을 완성한다,

이 기꺼움을  나는 사랑한다.
신의 영역을 훔치는 기록의 순간에 전율하는
산악 사진가의 뜨거운 심장의 맥맥한 박동음을 나는 사랑한다..
..새로운 세계를 보는 그의 눈을 사랑한다..



2009년  3월 15일

9 Comments
정호영/해사랑 2009.03.16 08:43  
  아름다운 장면을 만나셧군요^^*
전 곽이사의 꼬드김(?)에 밤잠을 설친 날이었습니다.
지지난 주 삐끗한 허리가 부실한 터라 그냥 일요일 정오 산바람 맡으러 나홀로 팔공산 등반만 했습니다^^*
이광래 2009.03.16 09:11  
  아버님 기일이라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 묵은 이야기하다 보니 못갔습니다.
이석찬 부이사장님이 이야기 하듯 요즘은 제가 구멍인 듯 합니다. ㅎㅎ
월요일 아침부터 배가 아파 약부터 먹어야겠습니다..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김정태 2009.03.16 09:25  
  짧은시간에 많은추억이 쌓였겠네요.
아름다운 추억의 순간들 잘 감상합니다.
이백휴/덕유예찬 2009.03.16 09:53  
  제목보고 놀래서 들어왔다가 배만 아프고 갑니다...^^*

장수의 어느 골짜기에서 야영을 하다가 돌풍이 어찌나 세던지 통째로 날아갈 뻔 했심더...
김기수 2009.03.16 10:09  
 
 모두들 산으로 가셨군요.
 금욜 내리는 비에 기대잔뜩하고 토욜새북에 오른 가야산.
 그렇게 센바람은 처음,  뭔가를 잡지않고서는 지탱하기 힘든날 빙화고 나발이고
 걍 하산하고 말았습니다.
 나도 지리로 갈걸...
박상기 2009.03.16 10:41  
  서울에서는 한달째 도봉산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바람이 체감온도를 더 떨어뜨려서인지 지금도 손가락이 얼얼합니다.
이사장님 일행분들께서 원하는 자리에서 좋은 손맛을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역시 아파오는 배는 어쩔 수 없네요.
김도호/정산 2009.03.16 10:47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산사람의 근성이 묻어잇는 아름다운글
감사히 감상합니다.
금요일 내리는 눈과 비가 멋진 빙화를 만들리라 생각하고 태백산을올랐습니다.
새찬 바람에 빙화는 떨어지고 상고대가 그중 고왔던 태백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경세/leeksphoto 2009.03.16 10:52  
  이사장님 일행분들의 대박 축하합니다.
토욜날 속리산에서 뿌옇고 강한 황사바람만 맟고 왔는데~~
나두 글루갈껄~~ㅎㅎㅎ
그리고 대전쪽 전시할만한 공간을 다각도로 알아봤으나
되질 않네요.
명옥 2009.03.16 12:20  
  한편의 대 서사시를 보는듯 합니다
산악사진가를 흠모하게끔 만드는 매력적인 글 솜씨예요
제게도 세찬 바람에 진달래가 눈물 뚝, 뚝 흘리던날 지인과 함께
해오름을 갈망하던 평생 못잊을 산정의 추억이 있답니다

우연의 만남에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앞서니...
쨍그랑거리는 빙화의 풍경을 빨리 보고싶군요
아이고 배아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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