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2]

유키 21 20455
.


월산주제가를 부르고 바로 하산이 시작되는데,

저 어딘가에 있을 낮달을 보며 노래를 불렀던 곳에서 바로 급강하합니다.



21.jpg


올랐던 오솔길보다 더 깊고 더 업그레이드된 숲이 펼쳐집니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더욱 굵고 더욱 치솟습니다.
나무를 한 번 안아 보아요.
나무의 기가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온답니다.


22.jpg


니가 길고 높아서 키서방이더냐.
소나무가 속삭입니다.
스윽 내려다보더니
고마 가라아~ ㅋㅋ



23.jpg


소년들이 타잔놀이합니다.
이 곳의 다래넝쿨은 소나무의 위용에 걸맞습니다.




24.jpg


복장이 불량해선지(십원짜리 팬티 복장이 아니라는 거쥐.)
타잔놀이가 힘에 부치는군요.



25.jpg


해병대의 이름으로 장렬히 저격 당합니다.



26.jpg



이 때 홀연히 나타난 똘이장군
전광석화와도 같이 빠르게 덩쿨을 타고 오릅니다.
(헉! 넌 누구냐... 어느 별에서 왔니?)
뿌듯뿌듯 으쓱으쓱~ 똘이장군 어깨에 어느덧 기부스가....
'흠, 소싯적 나를 보는 것 같군. '
바라보던 소년들이 감회에 젖습니다.
'난 어릴 때 논두렁가에서 콩 줍느라고 저런 거 못해봤는데...'
키서방의 탄식이 들리는군요.




27.jpg


똘이장군, 내려올 땐 쩔쩔쩔 매는 듯.
신나하는 키서방.
'나 같으면 그냥 띠 내리믄 되는데.. '



28.jpg


나무다리가 나옵니다.
소년들이 가야할 방향이군요.
나무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측으로 오릅니다. 상선암에 들렀다가 가려고요.


29.jpg


'나무의 허리사이즈는 성인 가슴높이 쯤 되는 위치에서 둘레를 재는 것이야.
이를 곧 흉부직경이라고 하지.'
해박한 치자꽃 소년의 설명에
'얘들아 뭐하노? 적어라 적어.'
시님 소년이 부추깁니다.



30.jpg


어둑시근한 숲속에 갑자기 내려비추이는 광명너머로



31.jpg


상선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물 두 채로군요.
부처님 계신 곳이니 정숙하라는 시늉으로 똘이장군, 손가락을 입에 갖다댑니다.
그러더니 곧 부욱~ !!! 피리 소리 참 잘 들립니다.



32.jpg


상선암에 들른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찍을 거라서 거울 좀 보고....



33.jpg


다들 용모단정화에 힘쓰는데 샘가에 앉아 엄떤 짓 하다가 먼산까지 파는 키서방.
(원~ 엄씨라서)



34.jpg


'가파른 절벽위 저 소나무 절벽이라고 하나 소나무 설 자리 없겠는가.'
시님 소년, 한시 한 구절 저절로 읊어지고...
스님은 출타를 하신 듯도 하고 아니 하신 듯도 하고.



35.jpg


소년들의 천부적인 준비위원장님이신 우리의 월산,
때꺼리가 우찌되나아~
기질을 숨기지 못하고 쌀독, 장독의 내부를 확인해 봅니다.



36.jpg


상선암을 나와서 아까의 그 나무다리를 건너지요.



37.jpg


곧 성삼재 도로가 나옵니다.
성삼재 도로는 숱하게 달려봤지만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품었을 숲이
이 정도로 수려한 줄을 까맣게 몰랐네요. 차마 몰랐네요.

도로를 건너 맞은편 숲으로 다시 파고 듭니다.
길은 또렷하고요.
성삼재 도로가 생겨나기 전, 군사작전용 도로였다고 시님이 알려줍니다.
길이 흐지부지할 때는 잘 살펴서 또렷한 길을 찾아내서 계속 내려갑니다.



38.jpg


음, 다와가는 듯 합니다.

한자 한 줄, 한글 한 줄의 각자가 박힌 바위 앞에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계하신 시님이 눈시울을 붉힙니다.
오늘 있은 산행의 감회에 젖은 것인지 바위의 각자의 내용때문인지.

천은사에 닿았습니다.
천은사의 기와지붕에서 완연한 기품이 흐르는군요.


자, 이제 집으로 가야죠.
아침에 차를 주차한 곳까지 가려면 히치하이크 해야지요.

시님이 히치의 정석을 키서방에게 가르칩니다.
'이, 허리를 90도 각으로 숙여서... 아, 키서방은 길어서 90도가 안될라나?
에, 정중하게 해야지. 대놓고 잡으머 안 되고 에, 연인으로 보이는 차, 고급승용차는 절대 잡으면 안 된다이~.'

키서방을 적정위치에 배치시키고 참 염려가 큽니다.
저 뻣뻣해서 성공이 될런지. 내가 미인계로 나서야 할런지....
이 때 치자꽃님 등장, 여서 뭐하노 히치는 미인계를 써야 가능성이 높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달립니다.
막 다 달렸을 때 유키이~ 하고 부릅니다.
돌아보니 자동차가 한 대 달려오고 있고
시님이 히치에 성공한 자동차이니 단디 붙들어 세워 타라는 지시입니다.
(내 미인계는 언제 써 보나 쩝!)

때를 맞춰서 비가 두두둑 떨어지는군요.


39.jpg


키서방이 자동차를 가지러 빗속을 달립니다.

천은사로 소년들을 데리러 되돌아오는 길에서 히치의 전설 한토막을
키서방이 들려줍니다.

전설의 주인공은 뽓때님!
차가 달려온다.
도로 중앙으로 나간다.
되는 힘껏 절도있고 정중하게 팔을 꺾어 거수경례를 한다.
기에 질려 차가 선다.
바로 다가가 차 문부터 열어 붙들고 좀 태워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이 때 눈동자가 흔들리면 아니되고.... 애원을 하되 카리스마를 뿜을 것이며.
차 안이 닭장이든 내가 짐짝 신세가 되든 개의치 말 것이며.
포개어 앉는 것도 기꺼워 할 것이며...
그래서 키서방 무릎위에 뽀때님이 안겨 갔다는 히치의 전설.



산은 모든 속세의 짐을 가져가 줍니다.
치자꽃님의 옻독과 유키의 열꽃도 뺏아갔네요.
산동무들은 경직되고 긴장된 내장의 근육까지 웃게 만들어 주지요.

모두 오늘처럼 늘 지리산과 함께 즐겁고 건강하면 참 좋겠습니다.


40.jpg


치우(이 재섭)님의 소나무







.

21 Comments
이광래 2009.07.12 19:12  
  이사장님의 꼬임에 입회를 하셨군요 ㅎㅎㅎㅎ
입회를 축하드립니다.
이재섭 2009.07.12 19:33  
 
미려한 문체로 지리산을 표현하시는 지리99의 대표 필진
유키님을 환영합니다.
인자 회원가입을 하셨으므로 하루에
한편씩 칼럼 부탁드림니다..
靑山/민경원 2009.07.13 02:35  
  말로만 듣던 지리99 박인순님? 환영합니다 ^^
1편은 정독 했구요 2편은 그냥 대충 사진만 보고 갑니다
담에 들러 정독할랍니다
임흥빈/山 情 2009.07.13 08:40  
  소년의 산행일기 읽으면서 저도 함께하였습니다.
회원가입 진정 축하드리면서 자주 방문하시여
좋은 글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곽경보/재무이사 2009.07.13 10:52  
  가입을 환영 합니다.
재밌는 장문의 산행기 잘 읽었고,
자주 들러 주세요.
명옥 2009.07.14 10:58  
  산행기를 읽어 내려가는 내내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습니다
어쩌면 저리도 즐거울 수가 있었을까요?
담엔 저도 낑가봐야 되겠습니다

유키님 가입 축하드려요 ^^*
정호영/해사랑 2009.07.17 08:25  
  ^^*
가입 축하드립니다^^*
공포의 빨간배꼽들이 나타나는군요.
링크부분에 문제가 발생했나 봅니다^^*

근데 소년들이 겉 늙어 보인다는^^*
=3=3=33333333

제석봉 가는 길

댓글 11 | 조회 19,544
보고 싶은 그림이 있다 머리속에서 맴도는 상황이지만 이번기회에 만나고 싶다 그림을 그리자면 뭔들 못 그리겠냐만 기대는 하고 올라야지..... 벽무동으로 오르려 했는데 잠시 헛 생각… 더보기

지리산 네비게이션 오작동하다.

댓글 6 | 조회 19,531
10月 셋째주 방송에서는 連日 今週 단풍이 절정이라고 난리다. 지난 8月 설악부터 9月 지리까지 산에 올라 카메라 꺼내지도 못하고 내려왔던 시간들... 남들은 올라갈 때 마다 경쾌… 더보기

호랭이 가죽은 탐이 나는데....(바래봉 철쭉)

댓글 9 | 조회 19,484
매년 이맘때 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 보는곳, 한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늘상 다른곳을 쫓아 다니느라 뒷전으로 밀려서 가보지를 못한곳이 바래봉 입니다. 저에게는 가깝고도 먼곳이라 … 더보기

도봉산 정찰산행

댓글 13 | 조회 19,285
전날 회사 체육행사로 인하여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대낮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이 점점 좋아져 가만히 있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재욱 성님에게 폰을 때려 도봉산 정찰을 … 더보기

진달래 꽃 잎을 먹다.

댓글 10 | 조회 19,261
광주 부이사장님과 둘 모처럼 산정의 새벽바람을 맞는다. 코끝을 스치는 해풍은 만개한 진달래 향을 묻혀 지나고. 스틱도 들지 않고 가벼운 워밍업 산행을 즐기기로 한다. 양쪽 바다를 … 더보기

가족과 함께한 설악여행.

댓글 8 | 조회 19,214
설악산 대청봉 ! 가겠다고 나서기가 쉽지 않은곳일듯 싶다. 헌데 우리 가족이 한번 가보기로 결정을 했다. 평소에 가족 단위로 산행을 하는걸 볼때는 늘 부러웠던터라, 꼭 한번은 우리… 더보기

겨울산을 보내며........

댓글 0 | 조회 19,195
겨울산은 낮선 이방인에게도 순수함을 보여준다. 일년내내 많은 사람을 마주했어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부끄럼고 하얀 얼굴을 가지고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동심의 세계로 맞이한다. 가려… 더보기

왕시루 봉

댓글 5 | 조회 19,177
초승달을 머리에 이고 왕시루봉을 오른다 당초에는 동짓날 오르려 했지만 기상 상태가 너무 안좋아 오늘(23일)오른다 처음에는 오르는 햇수 산행 수첩에 적다 언제 부터인지 그것도 부질… 더보기

다시 찾은 설악 !

댓글 14 | 조회 19,105
세사람을 태운 군청색의 승합차 한대가 영동 고속도로를 쉬익 쉬익 쉬임없이 달린다. 꼬박 밤을 새며 설악에 오를일을 생각하면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지만 좀처럼 잠을 들지 못하고 … 더보기

옛추억의 어머니같은 산.......................화악산 응봉, 북봉

댓글 6 | 조회 19,102
예추억의 어머니같은 산추억의 어머니같은 산

설원의 한라여행,

댓글 10 | 조회 19,031
한라산에서 서울로 전해져오는 소식은 수시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예약된 비행기표 시간은 바둑 대국장의 초읽기를 연상케한다. 마침내 저녁8시 비행기에 몸을 맡겨… 더보기

한북정맥의 숨은 계곡을 찾아서

댓글 5 | 조회 19,003
도마치계곡은 햇갈린다. 하나는 가평군 북면 72번 국도에서 가평천을 따라 적목리 끝에세서 강원도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발원하여 가평천 삼팔교까지의 흐르는 계곡을 말하고 또하나는 가평… 더보기

소년시대 [1]

댓글 0 | 조회 19,000
. 안녕하세요. 산행기를 올리기에 앞서 회원가입인사 드립니다. 저는 이 재섭님의 소개로 이 곳을 찾게 된, 산과 사진을 좋아하는, 카메라 없는 전업주부입니다. 지난주에 있은 이재섭… 더보기

백두산 주봉에서 수면까지

댓글 4 | 조회 18,988
오래전부터 백두산 촬영을 다니면서 어럽고 힘들때도 많았지만 갈때마다 새로운 장면을 연출해주는 백두산 풍경에 미련이 많아 지난해부터 특정단체에 속하지않고 소수의 인원으로 촬영을 가는… 더보기

꿩대신 봉잡은 날

댓글 6 | 조회 18,948
꿩대신 닭이라는데 가끔 꿩대신 봉도 잡아야 세상 사는 맛나는 것 아닌가? ^^* 지난주 이리저리 웹써핑을 하다가 2월말에 광덕산에 복수초가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 며칠전 … 더보기

신년산행(무등산)

댓글 8 | 조회 18,888
첫 단추의 중요성을 경험한 2008년도를 보내고 2009 신년산행을 맞이하였다. 기나긴 고심끝에 전날 눈이 많이내린 무등산으로 결정. 많은 눈으로 초입까지 이동하는것도 만만치 않았… 더보기

겨울에 가는 나만의 산...................각흘산

댓글 6 | 조회 18,779
겨울에 가는 나만의 산

좋은아침

댓글 2 | 조회 18,392
올해도 8월을 덕유에서 보내고 지역에 사진 행사가 있어 조금 일찍 하산 했습니다 지난 10 여년 동안 준비한 두 번쩨 개인전을 3월 15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한국사진… 더보기

삼각산의 가을은,

댓글 1 | 조회 17,965
오늘은 옆지기와 한가롭게 삼각산 산행을 다녀 왔다. 전국에서 온 등산객들로 좁은 등산로가 길이 엉겨 "어 거기 내려오시는분 그쯤에서 좀 짤라요 짤라" 전라도에서 오신분 "여그가 먼… 더보기

네팔 여행기 둘.

댓글 4 | 조회 17,514
일편 에서는 사물에 대한 긴 여운을.이편에서는 사람과 사람들의 여운을 적어봅니다.수도 카투만두!거기에 보석같은 소녀들이 있습니다.사진 한장 찍자는 내 작은 목소리에 어깨를 나란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