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한량처럼 다녀온 지리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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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엇그제 주말 연휴 오후 여섯시가 다 되어 노고단 산장 도착하여~
얼굴도 모르는 낮선 산꾼들에게 배낭을 부탁하고 작년에 들고 해가 바뀌어 오랜만에 찾아든
지리산의 이런저런 흔적들이 넘 궁금하여

철탑 부근 전망대를 들러 노고단 고개에서 이리 저리
그 푸근한 산이 안겨주는 쏴아한 바람을 가슴깊이 흡입하고 해가 지고 날이 어둑 해져서

산장으로 내려오니

배낭을 덥석 맡아 주셨던 산꾼들이 밥도 넉넉하게 지었다고 찌게에 삼겹살까지
배불리 얻어 먹고...친정엄마가 담아주신 김장김치를 제법 큰통에 담아 갔는데
그나마 김치가 넘 맛있다고 맛나게 드시는 산꾼들에게 조금은 보답이 되는것도
같아 위안을 삼았는데...점심 저녁 아침까지 먹을 김치가 거의 동이 나버려서 어쩐데요 ㅎ

여기저기 지리 골골이 찾아 들었던 산이야기에 취해
시간 가는줄 모르다가

다음날 세석산장까지 산행을 해야 한다는 산꾼들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고
나만 텐트를 처서 잠을 청했답니다.


휘청 휘청 취하듯 쓰러질듯 그 지리 품속에서
내달리듯 빠르게 거닐다간 그 바람을 향기를 모두 끌어 안을수가 없기에
한량처럼 그 푸르른 숲에 매료되어 거닐다 보니 반야봉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여섯시가 다되어 버렸데요..^^

반야봉에서 저녁밥과 아침밥을 지어야 하기에 1.5리터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작은 물병에 물2병을 담아 넣으니
배낭의 무게가 몇배나 더 무거운듯 걸음을 느리게 하였는데...아이구 이 배낭을 메고 가파른 오름길 반야봉을 어찌 올랐는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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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나무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 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자락 구례군 사는 이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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