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내리는 계룡산 남매탑 촬영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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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 합니다.
네, 그렇잖아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시죠.
약속대로 동학사 주차장에서 정 감사님을 만났을 때, 눈은 쬐끔 오다 말은 듯 주변이 영 시원찮았습니다.
“아직 시간이 이르니 산행하다 보면 좀 더 오지 않을까요?”
그 말 한마디에 기대를 품고 본격적인 산행길에 들어섭니다.
천정골 초입을 지나자 슬슬 눈이 제법 내리는 듯했습니다.
“이거… 나무에 묻은 눈이 떨어지는 거 아니죠?”
속으로는 눈이 좀 더 내려주길 조용히 빌어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점점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고산에서 심설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
랜턴 불빛에 비쳐 보이는 눈들이 생각보다 많은 양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산악용 우산을 펴 보지만, 사방에서 불어대는 바람에 눈바람이 여기저기 흩날립니다.

배낭커버를 미리 씌워둔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안 그랬으면 몽땅 젖을 뻔했습니다.
남매탑을 목표로 삼고 서서히 오름짓.
큰고개를 지나 남매탑에 거의 다다를 즈음에는 눈이 더 거세지고, 사방에서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우리가 처음으로 오르고 있다는 기분.
다른 산객들이 오기 전에 야간 눈 내리는 장면을 플래쉬로 담아보려 했지만,
낮은 기온 때문인지 멀쩡하던 플래쉬가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정 감사님의 플래쉬도 요지부동.
별수 없이 장노출에 수동 플래쉬를 펑펑 터뜨려 보지만 결과는 영…
눈은 계속 쏟아지고, 카메라는 점점 젖어가고,
결국엔 렌즈 줌링이 얼어붙는 사태까지.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고, 등짝도 시려옵니다.
털모자를 쓰고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나서야 그나마 조금 나아집니다.
하지만 기온은 여전히 내려가기만 합니다.
날이 밝아오고서야 남매탑이 또렷이 보입니다.
이제야 초점 맞추기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피해 이리저리 조심스레 옮겨 다니며 그 순간을 즐깁니다.

정상 삼불봉 부근은 짙은 구름에 덮여 개일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해 뜨는 동쪽 하늘,
간간이 구름이 열리며 빛이 스며듭니다.
곱아가는 손을 호호 불며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봅니다.
기상이 좋지 않아 정상은 과감히 포기하고,
올라왔던 길과는 달리 이번에는 동학사 쪽으로 방향을 바꿔 하산을 결정합니다.
이 길 역시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길입니다.


눈에 덮인 작은 바위들이 많아 예상보다 힘든 하산길.
그래도 하산 내내 마음만은 즐거움으로 가득 찼습니다.
‘언제 이런 심설산행을 또 할 수 있을까’ 라는
그래서 이 순간을 그냥 즐기기로 합니다.

큰 도로로 내려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동안,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리기 시작합니다.
적막한 산사에 내려앉는 눈.
마치 오래전 시간으로 되돌아간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런 길은 애인이랑 손잡고 걸으며 소담스러운 눈을 즐겨야 하는데…
시커먼 머스마 둘이서 이기 머꼬!!
ㅎㅎ
촬영을 떠나,
모처럼 마음 깊이 즐겼던 심설산행이었습니다.

내리는 눈이 어찌나 예쁘던지.
내리는 눈이 그렇게도 예뻤던 이유는
아마도 그 순간만큼은
나도 잠시 소녀 같은 감성을 허락했기 때문이겠지요.
함께 동행해주신 정 감사님,
추위에 정말 애쓰셨습니다.
날 맑은 새벽에,
남매탑에서 다시 한번 이 겨울을 만나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