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랭이 가죽은 탐이 나는데....(바래봉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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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 쯤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 보는곳,
한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늘상 다른곳을 쫓아 다니느라 뒷전으로 밀려서 가보지를 못한곳이 바래봉 입니다.
저에게는 가깝고도 먼곳이라 할수 있는 곳입니다.
다친 다리가 완치되지 않았지만
일전 시험삼아 달궁과 황매산을 조심스럽게 다녀 봤는데
목발짚고 살살 다녀보니 도보로 30분 이내의 거리는 큰 무리없이 다닐만 하기에
차기 목표를 그동안 미뤄두었던 바래봉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정보를 수집하니 토요일날 다녀오신분의 말로는 월.화요일쯤 만개가 예산된다는 첩보가 입수되어
쉬는날을 조율해본 결과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수.목요일을 D-day로 잡았습니다.
문제는 도보 이동 거리가 만만찮다는 것인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고민끝에 전기자전거를 이용하여 임도를 타려고 했으나
가격도 만만찮을 뿐더러 임도를 지속적으로 올라 가기엔 출력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결론은 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러대의 오토바이를 실측해 보았지만 넓이와 길이는 나오는데
높이가 나오지 않아 천장에 걸려서 아무리 해도 수납이 불가능 했습니다.
몇일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그중 높이가 제일 낮고 소음도 적은 스쿠터를 선택하여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들이 밀었습니다.
안되면 눕혀서 싣고 갈라고....ㅎㅎㅎ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 하자마자 일기예보를 다시한번 확인해 보니 사뭇 기대가 됩니다.
재빨리 출사준비를 마치고 점심먹고서, 차량의 2열 의자를 폴딩해서 들이 밀었습니다.
차량이 트럭도 아니고, 당연히 들어가지 않습니다.
스쿠터의 백밀러를 제거하고 비틀어 끼워 넣으니 겨우 수납이 됩니다.
기분 째집니다....ㅎㅎㅎ
사랑스런 저의 애마 무쏭이는 능력이 다양 합니다.
비행기도 싣고, 이삿짐도싣고, 이제는 오토바이까지 싣습니다.
이런 이쁜짓 때문에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기분좋게 출발하여 광주 부이사장님께 출사 보고를 합니다.
미쳤답니다. 이왕 가는거 용기라도 북돋아줄 말이라도 해주면 안되나????
어쨋던 기분이 좋으니 차도 잘 나갑니다.
초행이지만 사전 정보대로 산덕마을 이정표와 농기계창고가 있는곳까지
네비 선생이 친절하게 안내를 잘 해줍니다.
참, 고맙습니다.
수년전에 네비게이션을 장착한 차량이 전무 하다시피 할때에
출사를 위해서 무리하게 거금을 들여서 장만한 PDA네비인데
이놈만 믿고서 초행인 강원도 골짝골짝도 잘도 헤메고 다녔습니다.
이제 생각하면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네비는 임도를 탐색하지 못하기에
농기계 창고를 지나서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발생 했습니다.
임도가 시작되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공사하는 트럭이 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임도를 미처 발견치 못하고 엉뚱한 길로 접어 들고 말았습니다.
초행이다 보니 그럴수도 있지요.
한참을 가다보니 또다른 임도 입구에 전기철책이 있습니다.
안내에도 곧장 가면 된다고 했으니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전기철책을 걷고 산으로 계속 진입을 합니다.
어???
한참을 가다보니 차량이 다닌 흔적이 없습니다.
지금이 피크인데 이렇게 흔적이 없으니 뭔가 잘못된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것 같은 생각이 그제서야 퍼뜩 듭니다.
난감합니다. 길이 협소해서 차량을 돌릴때도 없습니다.
닝기리.....
어쩔수없이 조심조심 다시 한참을 진땀흘리며 후진해서 겨우 빠져 나와서
왔던길을 되짚어서 겨우 본 길을 찿아 바리케이트 앞에 도착 했습니다.
혼자서 진땀 흘리며 겨우겨우 스쿠터를 내리고 나니
조고문님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조 : 니 어데고?
곽 : 바래봉입니다.
조 : 소식 못들었나?
곽 : 무슨소식요?
조 : 오늘아침 조준이 바래봉 다녀갔는데 철쭉 전멸했단다.
흐미....
이런 소식은 일찍 연락좀 주시지.....
출발전 기상정보만 챙겨보고서 미쳐 확인을 못했는데
그동안의 고민과 고생이 물거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힘이 쭉 빠집니다.
그래도 어쩌랴.....
이왕 온거 포인트 확인이라도 해야지.....
낑낑대며 수쿠터를 내리니 때마침 이슬비까지 부슬부슬 내립니다.
대구쪽 날씨는 쾌청 했는데 역시 산 날씨는 예측이 불허 입니다.
구라청에서 내일 날씨가 맑다고 했으니 저녁에 비가 내리고 나면 내일 아침에 운해라도 볼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이왕 온것 하는수 없다는 생각으로 1박을 결정 합니다.
일몰은 틀렸고, 포인트 정찰이나 하려는 생각으로
똑딱이 카메라만 호주머니에 넣고서 스쿠터로 임도를 오릅니다.
도보로 1시간여 거리를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서 등산로 입구에 도착 합니다.
역시 문명의 이기가 좋긴 좋습니다.
20여분을 등산로로 오르니 능선에 도착합니다.
빈 몸이니 큰 무리없이 오를만 합니다.
이슬비 속에 운해는 넘어가고 바래봉 능선이 아련히 보입니다.
그러나, 예상대로 꽃 상태는 전멸 입니다.
덜핀놈은 덜피고, 핀놈들은 짓뭉굴러지고, 이른놈은 낙화되고....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주위를 살피자니 울산에 계시는 한분이 하산 하지도 않고 열심히 촬영하고 계십니다.
철쭉축제장 쪽으로 올라 오셨다는데 고생꽤나 하셨을 걸로 생각이 되어 하산때 같이 하자고 일러두고서
포인트 확인차 팔랑치 쪽으로 계속 진행을 합니다.
시간을 재어보니 팔랑치까지 17분이 소요 됩니다.
팔랑치에 꽃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어짜피 암부로 떨어지면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부운치에서 일출을 보라는 조고문님의 권유를 물리치고 내일아침 일출은 팔랑치에서 보기로 예정합니다.
시간 계산을 해보니 3시에 기상해서 천천히 준비해서 올라오면 충분할 것으로 판단 되었습니다.
되돌아 오늘길에 비가 그치고 일몰이 될것 같은 조짐이 보여서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게 후회스러웠지만 일몰 시점에 다시 덮여 버렸습니다.
잘 한건지.....다행인지.....^^
울산의 "김임진"님과 같이 하산하여 내일 일출을 같이 보기로 하였으나
그분은 차량을 축제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고 하기에 다시 차량으로 한바리 했습니다.
새벽이되어 둘이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출발 하려고 하니
차량이 몇대 올라 옵니다.....ㅋㅋㅋ
저들도 꽃 상태를 모르고 먼길을 새벽같이 달려온듯 해서 안타까운마음 금할길 없습니다.
마지막 차량은 1톤 트럭인데 짐칸에까지 디카 아줌마 부대를 잔뜩 태우고 바리케이트를 통과 합니다.
사정을 살펴보니 서울에서 40명이나 왔답니다.
트럭으로 몇바리 해야 한다기에 그러잖아도 혼자서 스쿠터타고 가기가 미안했는데 "김임진"님도 트럭편으로
이송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합니다.
안심하고 저는 스쿠터로 "통통"거리며 새벽길 임도를 오릅니다.
팔랑치에 도착하여 삼발이를 펼치고 한참을 기다립니다.
조금 있으니 평일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디카부대 20여명이 들이 닥칩니다.
여러 사람이 부대끼며 여명빛에 촬영을 시도 해 보지만 바람이 만만찮습니다.
꽃들을 마구마구 흔들어대서 도저히 촬영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여명빛이 좋아서 그래도 셔터를 눌러 봅니다.
결과야 당연히 가위질 이겠지만......
이렇게 몇컷을 하고나니 여명이 끝나고 일출이 시작 됩니다.
에혀~
해가 한참이나 좌측으로 기울어서 뜨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자리를 잘못 잡은듯 합니다.
부운치에서 일출을 보라는 조고문님의 충고가 가슴을 찌릅니다.
계속해서 연짝 허당만 짚고 다니는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어영부영 일출을 촬영하고서
국민포인트인 목책 계단을 돌아 보았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전멸 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온 동산이 붉은 철쭉으로 물들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시 운봉읍 방향으로 되돌아 보았습니다.
시계가 그런대로 괜찮기는 한데 하늘이 벗겨지지를 않습니다.
아쉬운대로 그중 상태 괜찮은놈을 전경으로 한컷 해 봅니다.
되돌아 오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몇컷!
마지막 정리를 하려니 다시 조고문님 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노고단에 있다며, 같이 귀가 하잡니다
귀가길에 거창휴게소에서 조우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대구팀 모임이 있는데 참석을 못한답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늘 시계가 좋아서 팔공산 일몰을 보러 간답니다.
바짝 독이 오른 사람은 나 혼자인줄 알았는데 조 고문님은 더합니다.
연짝 2탕을 뛸 예정인 모양입니다.
혼자 생각으로는 요새 무슨 좋은약을 드시는지 나이를 거슬러 회춘을 하는것으로 판단 됩니다.
다음번에 만나면 무슨약인지 꼭 여쭤봐야 겠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