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히말라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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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일차-4월 30일/랑탕-강진곰파
Langtang-Kyangjin Gompa
지난 밤 숙면을 했다. 잠이 깨고 보니 침낭도 젖지 않고 뽀송뽀송하다. 지난 석 달 가까이 계속되던 오한과 식은땀이 이젠 끝인가 보다. 건강해지고 싶으면
히말라야에 와서 닭백숙을 먹을지어다.
엊저녁부터 주위를 덮었던 운무는 사라지고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식사 후 스틱체조를 하고는 08:00 출발-
랑탕을 벗어나는 언덕을 오르면서 보니 랑탕은 아주 풍요로운 마을이다. 뭘 얼마나 생산하고 풍부한지는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네팔의 여느 마을과 달리
너른 평지로 되어 있어 밭도 너르고 초원엔 소와 야크 등 가축들도 한가롭다. 히말라야 깊은 곳에 이런 데가 있다니 놀랍다.
좌측으로는 하얀 랑탕리룽이 내려다보고 등산로엔 네팔에서 가장 긴 마니월(Mani Wall)이 이어진다. 마니월은 불교의 경전을 양각으로 새긴 마니석을 돌담처럼
쌓아 놓은 것이다. 조국을 떠난 티베탄들이 부처님을 향하는 경건한 마음을 거기에 담았다. 마니월을 지날 때는 초르텐을 지날 때처럼 왼쪽으로 지나는 게
예의라고 한다.
제법 너른 들판엔 보리 같은 작물이 자라고 있고 대여섯 아낙들이 김을 매고 있다. 지난날 우리의 이른 봄 들녘 풍경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런 풍경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우리들의 후미를 담당하는 가이드 다와는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잠시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길래 배경처리에
대해 몇 가지 팁을 가르쳐줬다. 영리하고 활동적인 다와는 금방 배우면서 사진수업료로 내 배낭까지 둘러메었다. 그의 그런 호의가 내겐 큰 도움이 되었다.
우측으로는 랑탕콜라, 멀리 6,387미터의 강첸포 Gangchenpo의 하얀 모습을 바라보며 걷고 또 걷는다. 키 작은 붓꽃을 몇 컷 담았다. 랑탕에서 강진곰파까지는
고도를 400미터 올리는 완만한 코스여서 걷기가 편하다.
11:55 해발 3,730미터인 강진곰파에 도착, Norling Kyanhjin Gumba Guest House에 들었다. Gompa를 Gumba라고도 하나보다.
강진은 큰 마을이다. 어제, 여긴 전기가 없다고 했었는데 발전기를 가동하건 솔라로 하건 랑탕보다는 전기설비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카고백에서 삼각대와 70-200mm 렌즈를 꺼내 롯지 뒤편의 높은 곳에서 주위의 설산을 촬영했다. 역시 걸어가면서 손으로 카메라는 들고 촬영하는 것에 비할 수
없이 안정적이다.
저녁 무렵 설산에 비치는 석양빛을 담으려 했으나 구름이 짙게 덮이더니 어제처럼 차갑고 짙은 운무가 빠르게 흐른다. 좀 피곤하다.
제주에서 출발 전부터 혓바늘이 몇 군데 돋고 입천장도 몇 군데 헐어 고생이 막심한데 광주에서 온 동기가 잘 듣는다며 약을 건네준다. 또 어느 동기는
피로회복에 좋다며 비싼 홍삼 간식거리를 쥐어주기도 한다. 힘들어도 내가 이래서 히말라야에 온다.
저녁식사에 꽁치김치찌개가 나왔다. 입맛도 있어 밥도 더 먹고 찌개도 더 먹었다. 트레킹 시작한 후 처음으로 많이 먹었다.
밤이 되자 천둥소리 요란하고 번개까지 번쩍거리더니 많은 비가 쏟아진다. 히말라야에 오면 원래 이렇게 비를 만나나 보다. 쿰부에서도 안나푸르나에서도
비를 만나고 무지개를 보기도 했다. 내일 체르코리에 오를 때 비를 만나지 않길 바라야겠다. 그런데 지금 체르코리엔 비가 올까 눈이 올까. 오늘 멀리서 본
체르코리는 사진적으로는 좀 허술했는데 눈이 덮이면 좋겠다.
19시경 모두 식당에 모여 이 상무의 급경사길 오르는 요령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직접 시범까지 보이며 가르쳐주는 마음이 따뜻하다. 이어서 오은선 대장의
초오유 등정 때의 이야기를 들었다. 히말라야에서 듣는 그녀의 이야기에 실감이 난다. 후배 한 사람과 단 둘이 8,200미터나 되는 초오유를 향한 그녀의 결심이
얼마나 강했을지 나로선 어림도 되지 않는다.
롬메이트 박형이 핫팩을 하나 줘서 따뜻하게 잠을 잤다. 손바닥만 한데도 온몸이 따스하다.
히말라야 산 속에 어떻게 이런 마을이 다 있나 싶도록 랑탕빌리지는 아름답고도 풍요로운 느낌이다.
2년 후 이 마을이 지진으로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쿰부나 안나푸르나의 설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마니월-티베탄들이 불경을 양각한 바위로 담을 쌓았다.
밭에서 일하는 아낙들의 모습이 우리의 옛 풍경 그대로다,
졸졸거리는 물 소리 가 정겹다.
마침내 강진곰파에 도착했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주위의 설산들을 급하게 담았다.
어쩌면 내일을 보지 못할 지도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