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히말라야-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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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일차-429/라마호텔-탕샵-랑탕
Lama Hotel-Tangsyap-Langtang


3, 밖이 환해서 나가보니 큼직한 달이 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에 랑탕콜라만 쉬지 않고 굉음을 내며 흐른다. 밤기운이 싸늘하다. 라마는 샤부르베시보다

900미터나 높은 곳이다. 계산상으로도 기온이 6도나 낮다. 어제 아침의 미적지근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하늘은 쾌청.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싱그러운 아침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입맛을 잃어 아침식사는 한 방을 쓰는 박완 씨 말대로 거의 구겨 넣다시피 

했다. 더구나 혓바늘이 돋고 입안이 헤져 밥을 잘 먹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남기지 않고 구겨 넣었다. 숟가락을 놓고 나왔는데 포항에서 온 김순득 씨가 

가루로 된 호박죽을 뜨거운 물에 타서 내민다. 먹고 나니 속이 편하고 아주 좋다. 내 몸이 이럴 때 호박죽 한 컵과 따뜻한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늘 그렇지만 이런 여자는 무조건 예쁘다.

랑탕리룽(Langtang Lirung, 7,234m)
고도가 높아질수록 흰색 랄리구라스가 많아진다. 붉은 색도 흰색도 모두 아름답다. 200mm 렌즈로 여유 있게 촬영하고 싶으나 앞서가는 동기들을 따라가기도 

벅차다. 더구나 몸의 체온이 잘 조절되지 않으니 보온자켓을 입었다 벗었다 한다. 산들바람이 살짝 부는데도 온몸이 오싹하도록 추위를 탄다.
08:15분 경 멀리서 아주 잘 생긴 하얀 산이 나타났다. 랑탕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랑탕리룽(Langtang Lirung, 7,234m)이다. 촬영 위치도 좋고 산에 비치는 

빛의 방향도 좋아 많이 촬영했다. 삼각대를 세우고 여유 있게 셔터를 누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욕심 부리지 말자. 이런 풍경을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랄리구라스는 위로 올라갈수록 꽃이 더 싱싱하다.

10:50분 고라타벨라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먼저 온 다른 팀이 주방을 쓰고 있어서 좀 더 가기로 했다. 올라가면서도 흐드러지게 핀 랄리구라스와

랑탕 계곡을 계속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지는 랄리구라스 꽃길과 멀리 보이는 설산-
흰색과 핑크색 랄리구라스가 현란하다.

12:10분 해발 3,200미터인 탕샵(Thangshyap)에 도착했다. 날씨는 여전히 쾌청하다.
점심밥으로 비빔밥이 나왔는데 고추장을 넣어 맛있게 비벼놓고도 입안이 헐어 억지로 먹었다. 입이 헐어도 눈물이 나도 먹어야 사진을 찍고 걸을 수가 있다

아니 걸을 수 없어도 사진은 찍어야 한다. 사진 찍으러 왔으니까.

고라타벨라를 지나서부터는 큰 교목이 거의 없고 탕샵부터는 키 작은 관목만 있다. 탕샵을 지나자 계곡 아래 외엔 랄리구라스가 거의 안 보인다. 고도에 따라 

식물의 식생이 이렇게 달라지나 보다. 우리가 걷는 등산로 주변엔 키 작은 붓꽃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다. 우리나라의 애기붓꽃과는 좀 다른 것 같다

멀리 체르코리가 보이는데 정상부와 골이 진 부분만 눈이 좀 있을 뿐이다. 마치 야트막한 동네 뒷산처럼 보이는 저 산을 오르는 것에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나 싶다. 정말 아는 게 병이다.

나무도 별로 없는 길가에 고사리가 엄청 많다. 인디카 회원들이 찍는 먹지도 못하는 고사리가 아니라 우리가 먹는 고사리 그대로다. 시기적으로도 지금 꺾을 

때가 꼭 맞는 때다. 이 아까운 걸 왜 꺾어 먹거나 팔지도 않나 싶어서 가이드 다와에게 물어봤더니 네팔에선 이 고사리를 먹지 않고 비슷한 모양의 다른 

고사리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말린 고사리 1kg30~40만원이나 하는데 네팔에 와서 살면서 고사리 꺾어 한국에 수출하면서 살면 안 될까. 떼 부자 

될 것 같은데...

랑탕곰파 아래의 어느 롯지 마당에서 잠시 쉬면서 동기들 모두의 단체와 개인 영정사진을 찍었다. 난 믿지 않지만 나한테서 영정사진을 찍은 사람은 향후 

100년 동안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하면서 모두들 촬영에 적극적이다. 제주에서 올 때 1번 누구, 2번 누구 하는 식으로 번호와 이름을 쓴 명찰을 만들어 

왔는데 먼저 그 명찰을 들고 사진을 찍은 후 명찰 없는 사진을 몇 컷씩 찍었다. 이렇게 해야 내가 다음에 슬라이드쇼를 만들 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다.
오은선 대장에게도 다른 동기들과 똑 같이 명찰을 들게 해서 사진을 찍었다. 오은선 대장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는 누구나 똑 같다는 

내 주장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사진 찍겠느냐며 즐거워하는 오 대장의 마음이 같았다. 이럴 때의 오 대장은 마치 소풍 나온 여학생 같다.


실종자
다시 랑탕을 향해 걷는데 검문소가 나타났다. 함석지붕에 돌담으로 엉성하게 만든 검문소엔 히말라야에 왔다가 실종된 여자를 찾는다는 글과 사진이 붙어 있다

그전부터 히말라야에 왔다가 실종되거나 살해당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제주의 올레길을 걷다가도 살해당하는 여자도 있는데 치안이 

불안정한 히말라야에서 왜 그런 일이 없을까 싶기도 하다. 실종되거나 살해당하는 사람의 불행도 그렇지만 그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특히 젊은 

여자가 혼자 트레킹 하는 건 난 절대 반대다. 특히 한국 여자들.


랑탕빌리지
16:00 랑탕빌리지에 도착해서 Sunrise Guest House에 들었다. 해발 3,330미터여서 이제부터 고소증에 유의해야 한다. 다이아막스 125mg을 복용했다.
식당에서 차를 한 잔 하면서 이 상무가 가져온 펄스옥시미터로 혈중 산소포화도와 맥박을 측정했다. 난 산소포화도 87% 맥박은 분당 114회였다. 산소포화도는 

정상이고 맥박은 약간 빠른 편이다.

17시 경 순식간에 짙은 운무가 빠르게 밀려와서는 주위를 뽀얗게 만들어 버린다. 싸늘한 바람이 분다. 한기를 느껴 얼른 두터운 버프와 보온자켓을 꺼내 입었다

내일 도착하는 강진곰파는 전기가 없다고 해서 넥스토의 배터리를 충전했다. 150루피인데 달러로는 2달러를 받았다. 이 집도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쓰는데 

내일부터는 발전기 수리로 당분간 전기를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오늘 32GB 메모리 하나를 다 썼다.

다행히 오늘 하루가 지나면서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 특히 저녁 무렵부터는 오한과 식은땀도 없어졌다. 안나푸르나 때처럼 어제 저녁에 닭백숙을 먹어서 그런 

것일까. 앞으로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지 말고 히말라야에 와서 닭백숙을 먹어야겠다. 느낌이 참 좋다.

차가운 바람이 그냥 차갑기만 하지 몸이 으스스 떨리지를 않는다.

 

**랑탕 빌리지는 2년 후인 2015425일 네팔 대지진 때 완전히 사라졌다. BBC에서 촬영한 항공사진에서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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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르초 위에 새벽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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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따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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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계곡을 따라 랄리구라스가 피었다.

계곡 하류엔 붉은 색이 피고 상류로 올라갈수록 핑크색 그리고 흰색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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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속을 걷는데 갑자기 설산이 나타났다.

랑탕리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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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계곡을 곁에 두고 꿈길 같은 풍경 속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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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걷는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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