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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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일차-4월 08일/당락-촐라패스-종글라-로부체(1)
8일만의 숙면
어제 고쿄에서 동행인 한 모 부인으로부터 얻은 수면제를 먹고는 지난 밤 트레킹 시작 후 처음으로 숙면을 했다. 최고의 컨디션이다. 마침 오늘은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의 소위 마의 구간이라는 촐라패스를 넘어 종글라에 도착한 후 다시 거기서도 로부체까지 세 시간을 더 가야하는 힘겨운 일정을
앞두고 있어 간밤의 숙면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간밤에 눈이 와서 촐라패스를 넘기가 더 힘들어지게 되었고 모두들 헤드랜턴과 아이젠과
스패츠까지 준비했다.
03:00에 기상해서 이른 아침을 먹고는 04;15분 지구상 최대의 고갯길이라는 촐라패스를 향해 출발했다. 점심은 김밥 한 줄인데 오늘의 여정에 비해
이건 너무 허술하고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모두들 해드랜턴을 켜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걸어보니 쌓인 눈이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어서 큰 다행이다.
촐라패스까지는 생각보다 코스가 멀고 험하다. 거의 다 올라간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다시 내려갔다가 급경사를 다시 올라가야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너덜지대와 모레인지대도 나타났다. 그렇게 몇 차례를 계속하다가 마지막 피치 앞에 서니 마치 벽 앞에 선 것 같다. 아니, 그대로 벽이다. 그 벽은 야크도
못 올라가서 모든 짐은 포터들이 직접 져 날라야 한다. 만일 촐라패스를 넘지 않고 고쿄트렉에서 에베레스트트렉으로 가려면 3일 정도를 걸어서
페리체를 통해 우회하는 수밖에 없다.
무거운 짐을 진 포터들에 비하면 우리들은 거의 빈 몸이나 다름없다. 앞서 올라간 일행들 그리고 짐을 진 포터들이 까마득한 벽 위에 개미새끼처럼
붙어 있는 걸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올라가지 않으면 당낙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으니 왼발 오른발을 교대로 내딛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사진을
찍어야 하고.
촐라의 벽에 붙어서는 아예 위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앞 땅바닥만 보며 두 발을 움직였다. 한참을 올라간 후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난다.
나보다 더 늦는 사람들이 멀리 멀리 작은 점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 아무리 높은 고갯길도 결국은 한 발 한 발 움직이는 사람의 발아래 놓이게 된다.
당낙을 출발한 지 4시간 40분만인 08시 55분 마침내 해발 5,357미터 촐라패스 정상에 도착했다.
촐라패스 정상에서
역시 예상대로다. 지난 2월 산악인 엄홍길 씨가 촐라패스를 넘어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트레킹하는 과정이 TV에 방영되었는데 당시 악천후로 촐래패스
전후의 풍경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 아쉬우면서도 분명 사진꺼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도 더 굉장한 풍경이다. 더구나 촐라패스 정상에서
보는 양쪽의 산군들은 둘째치고 그 위에 만년설의 빙하지대가 있다는 게 놀랍다. 자신 있게 말하자면 촐라패스는 단순히 고쿄트렉에서 에베레스트
트렉으로 또는 반대로 에베레스트 트렉에서 고쿄트렉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최소한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촐라패스 정상에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온다고 해도 꼭 올라봐야 할 정도로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정상을 넘어 조금 내려가자 풍경은 더욱 황홀해졌다. 멀리 아마다블람이 이제야 美峰이라는 이름답게 멋진 모습으로 버티고 섰고 우측으로는
촐라체와 다보체가 형제처럼 서서 꼭대기에 걸린 구름과 싱갱이를 하고 있다. 또 일단의 트레커들이 원색의 풍경을 만들어 줘서 계속 셔터를 누르게 했다.
아... 이런 풍경, 내가 꿈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일까... 셔터를 계속 누르면서도 혹여 결정적인 실수를 할까 노출을 몇 번씩 확인하고 충분한
셔터속도가 확보되었는지를 다시 확인한다. 마음 같아서는 튼튼한 삼각대를 세우고 충분한 심도를 갖고 미러를 올리면서 천천히 확실하게 사진 찍고
싶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바쁘게 걸어가면서 셔터를 누를 시간밖에 없다. 그렇게 해도 이미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 내가 늘 꼴찌다. 하루의 시간이
더 있다면 오늘 로부체까지 가지 말고 종글라까지만 가는 대신 종글라에서 로부체까지 가는 세 시간을 이 촐라패스 정상에서 가지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 이런 풍경을 보며 바쁘게 걸어 내려간다는 건 사진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다.
아름답다. 그리고 너무나 근사하다. 새벽부터 걸어 힘들게 촐라패스 정상에 오르긴 했어도 고생한 몇 배의 보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4시간 40분이면
한라산 어리목에서 서북벽을 통해 정상에 오르는 시간이다. 그 정도의 시간으로 이런 풍경을 만난다는 것은 히말라야가 주는 크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촐라패스는 징검다리도 아니고 결코 마의 구간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보니 대개의 트레커들은 종글라에서 촐라를 넘어 당락으로 가지 우리처럼 반대로 당락에서 촐라를 넘어 종글라로 가는 경
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우리처럼 당락에서 종글라 방향으로 넘으라고 권하고 싶다. 촐라 정상에서 봤을 때 사진적으로
멋진 풍경은 단연 종글라쪽이다. 그래서 종글라로 내려가면서 촬영하는 게 절대 유리하다. 만일 반대로 종글라에서 촐라를 오르면서 아마다블람이나
출라체 등을 촬영하려면 걸어가다가 자꾸 뒤돌아보면서 촬영해야하는데 그건 매우 피곤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이트에 보니 사람들이 종글라에서
당락쪽으로 넘으려는 이유가 그 전에 먼저 EBC를 다녀오기 때문에 촐라를 넘지 못하더라도 EBC라는 타이틀을 얻었기 때문에 크게 섭섭할 게
없다는 식이었는데 에베레스트 정상을 보지도 못하는 EBC에 다녀오는 게 무슨 타이틀일까 싶다. 하긴 사람마다 세상 살아가는 식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아마다블람과 아라캄체를 계속 찍으며 종글라로 내려가다가 한국에서 온 트레커를 만났다. 이 사람들은 모두 일곱 명이 그저께 로부체에 도착한 후
칼라파타르를 오른 후 다시 로부체로 내려와서 잤는데 그 중 세 사람이 일어나질 못해 네 사람만 촐라패스를 넘기 위해 가는 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칼라파타르를 오르기 전에 고락셉에 가서 고소 적응을 위해 하루를 쉬고 오르는 게 좋다는 조언까지 했다.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EBC 트렉을 타고
올라와 로부체(4,910미터)에서 자고 칼라파타르에 올랐으면 그때까지 5,000미터 이상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셈인데 그 상태로 5,550미터에 올랐으니
무리가 따른다. 우리처럼 이미 5,000미터가 넘는 고쿄리와 촐라패스를 넘으며 고락셉보다 200미터나 더 높은 곳을 몇 번이나 겪은 경우와는 고소 적응
자체가 다르다.
11:30분 종글라에 도착해서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셨다. 종글라에서 보는 아마다블람은 너무나 근사하다. 촐라패스에서 내려오며 계속 촬영했으면서도
혼자 롯지 밖에 나가 다시 더 촬영했다. 차츰 피어오르는 가스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12:20분 출발. 박대장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가겠다고 해서 종글라에 남았다. 바람이 차서 배낭에서 보온자켓을 꺼내 입었다.
혼자 걸으며 사진을 찍다보니 뒷사람도 안 보이고 앞 사람도 안 보이는데 난 마터호른 마차푸차레와 함께 세계 3대 미봉(美峰) 중 하나인 '어머니의
보석함' 아마다블람을 계속 마주보며 로부체를 향해 걷는다. 행복한 시간이다.
가다가 우리 카고백을 지고 가다 쉬고 있는 포터들을 만났다. 15,6살이나 되었을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나마스떼~!"
이제 한창 학교에 다닐 나이, 그 나이에 저런 짐을 지고 험한 산을 넘다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쿰부 히말라야-9(2)로 이어집니다.
04::15부터 걷기 사작했다.
아침이 되어 주위가 훤해졌다.
무거운 짐 진 포터들에게 자꾸 시선이 간다.

마침내 촐라의 벽에 도착해서 벽에 붙었다.

야크도 올라가지 못하는 곳을 사람은 올라간다.
촐라패스 정상
인증사진도 찍었다.
해발고도 5,357미터
쿰부 히말라야-9(2)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