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은 사진을 가르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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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힐리리 경과 세르파인 텐징 노르가이가 역사상 처음으로 해발고도 8,848미터인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건 1953년 5월 29일이다.
몇 년 전 여름 우연히 하루재클럽에서 출판한 ‘에베레스트 정복’이라는 제목(부제-전설적인 초등 당시의 오리지널 사진집)의 사진집을 읽게 되었다.
여기엔 산악인은 물론 산사진하는 사람이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과 사진 163점이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특히 감동한 건 힐러리 경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출처 : 하루재클럽의 "에베레스트 정복"에서
이 사진은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난 이 사진의 주인공이 당연히 힐러리 경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사람이
힐러리 경이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 있는 이 사진의 주인공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그일 것이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힐러리 경과 함께 정상에 오른 세르파 텐징 노르가이라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그렇다면 힐러리 경의 사진은 어디 있지...?
이 책에는 물론 인터넷 어디를 뒤져봐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의 힐러리 경 사진은 없다. 왜냐하면 그는 거기서 자신의 사진을 찍지 않았으니까.
그는 거기서 텐징의 사진을 찍어주고는 자신의 ‘인증사진’은 찍지 않았다.
후에 사람들이 왜 자신의 사진을 찍지 않았느냐니까 세르파인 텐징이 사진 찍을 줄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지
사진 찍는 걸 가르쳐 주면 되지 않겠느냐니까 힐러리가 하는 말이 이랬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사진을 가르치기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기가 막힐 일이다. 그가 사용한 카메라는 독일의 코닥에서 제작한 35미리 레인지 화인더식인 레티나(Retina)인데 필름을 감은 카메라를
텐징에게 주고 화인더를 보면서 그저 셔터를 누르면 되는 간단한 일조차 하지 않은 그의 소탈함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팀이 정상에 도달한 것에 만족한 것이다.
등산을 하건 여행을 하건 인증사진이 필수인 요즘의 생활상을 보면서 힐러리의 삶과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번 여름이다.

** 레티나 카메라-산악영화 ‘노스페이스’에도 나온다. 신문사에 근무하는 여주인공 요한나 보칼렉이 아이거로 떠날 때 가져간 카메라가 레티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