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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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7월 어느 날, 울산에서 많이 떨어진 시골인 서호 동골이라는 곳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이날 사진의 아이들이 다니는 국민학교가 여름방학을 하는 날이라고 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골길을 폭염 속에 걷고 있는데 마주 오던 어린 학생 하나가 "아저씨 안녕하십니까"하고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 그래..." 하고 얼떨결에 인사를 받으면서도 '좀 덜 떨어진 녀석이구나' 했다. 동네의 아는 어른에게라도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녀석은 지금까지 못 봤다. 하물며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인사를 한다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만난 또 다른 녀석도 처음의 녀석처럼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고, 그 다음에도 만나는 녀석들마다 모두 그렇게 인사를 했다.

사진에서 보는 녀석들은 조회 때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듯 단체로 내게 인사를 했다. 하도 신기해서 녀석들을 불러 세우고는 이 사진을 찍었다. 녀석들은 사진을 찍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좋아했다.
사진 언제 줄 거냐는 말을 하는 녀석도 없었고, 안녕히 가시라고 다시 크게 합창으로 인사를 했다. 한 녀석에게 물어봤더니 선생님께서, 모르는 분이라도 어른을 보면 꼭 공손하게 인사를 하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었다.
, 세상에, 선생님이 가르쳤다고 그대로 하는 녀석들이 있다니...!!

집에 돌아오자마자 필름부터 현상했다. 그리고 이 '신기한 녀석들을 위해 이 사진을 8"x10" 크기로 숫자대로 인화해서 학교로 보내 주었다. 학교 이름을 몰라 경남 울주군 서호동골국민학교라고 써서 보냈는데 사진이 제대로 전달되었음은 답장을 보내 온 선생님의 편지로 알 수 있었다. 학교 이름은 서호국민학교 동골분교라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사진을 보내줘서 고맙다는 인사, 아이들이 너무나 기뻐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다음에 동골에 오면 꼭 아이들의 학교를 방문해 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슬리퍼나 고무신을 신고도 녀석들은 돌투성이의 험한 산골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녀석들한테서는 야생화의 풋풋함이 묻어났다.  때 묻지 않은 야생화의 향기가 풀풀 풍겨 났다.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요즘 도시의 아이들도 이 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의 작은 성의에 정중한 편지를 보내고, 또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그 선생님을 지금이라도 만나 뵙고 싶다.

그 후 나는 서호 동골에 다시 가보지 못했지만 이 사진은 4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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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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