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13

컨텐츠 정보

본문


 

13일차-412/남체-팍딩-루크라


다시 루크라로
쾌청한 아침이다. 이제 히말라야 트레킹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아침식사 때 나온 오징어젓갈이 얼마나 맛있는지 입맛을 돋우었다

이 산중에 한국의 오징어젓갈이라니.
07:40분 출발, 두드코시를 곁에 두고 계속 하산길을 걸었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엊그제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만난 서 소장을 다시 만났다

그 분도 하산길인데 함께 가던 가이드가 내 목소리를 듣고 칼라파타르에서 만난 사람 목소리가 틀림없다고 하더라고 했다면서 반가워했다. 눈보라 속에서 

만난 외국인의 목소리를 한 번 듣고 그렇게 기억하는 가이드의 기억력이 놀랍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목소리가 너무 너무 근사해서 그런 게 아닐까.

내려가면서 두드코시를 계속 찍었다. 자꾸 찍어도 여전히 물빛이 좋다. 언제 우윳빛과 옥빛의 이 아름다운 계곡을 다시 만나 카메라에 담으랴.
팍딩에 도착해서 점심으로 냉면을 먹었다. 냉면 귀신인 나는 당연히 한 그릇을 더 먹었다. 22명이나 되는 인원의 냉면을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삶았는지 

프렘의 솜씨가 기가 막히다. 아침에 그렇게 쾌청하던 날씨가 어느새 흐리더니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히말라야의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점심을 먹은 후 쿡 프렘을 비롯한 다섯 명의 키친보이를 함께 사진 찍었다. 그 동안 맛있는 음식으로 입이 짧은 나를 힘나게 해 준 고마움을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하산 도중 길가에 사는 팍상네 집에 잠시 들렀다. 팍상은 한쪽 팔이 없는 외팔이 셀퍼인데 아주 일을 잘했다. 그래서 모두들 좋아했다. 그의 부인과 아들 딸도 

보고 삶은 통감자와 함께 우리의 막걸리 비슷한 술도 한 잔 대접 받았다. 더 내려가다 보니 아마다블람 롯지라는 멋진 집이 있는데 가이드 니마의 

집이라고 한다. 니마는 부자다.

남체 출발 9시간 만에 루크라에 도착해서 처음 루크라에 도착하던 날 잠시 들러 라면을 먹었던 Lukla Numbur Hotel에 들었다.
객실에 찬물 밖에 안 나왔지만 12일 만에 머리를 감았다. 샴푸를 네 번이나 풀어 감으니 그제야 좀 개운하다. 이젠 머리를 차게 해도 고소증 염려는 없을 

터였다. 샤워는 내일 카트만두에 갈 때까지 좀 더 참기로 했다. 아니 참는 김에 평생 안 씻고 살면 안 될까. 한라산의 예쁜 노루처럼.

저녁 6시 반 경부터 천둥소리 요란하더니 폭우가 쏟아진다. 우리들의 트레킹을 마무리하나 보다. 이 비가 아까 하산 길에 쏟아졌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이래서 늘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

 

자축파티
저녁식사 겸 트레킹 성공을 자축하는 파티가 열렸다. 염소를 한 마리 잡아 수육을 만들고 전골을 끓여 마련한 푸짐한 자리다. 박대장이 가이드 니마를 비롯한 

셀퍼 그리고 쿡 프렘을 비롯한 키친보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우리가 거둔 수고비를 전했다. 일행들 중 몇몇은 지갑을 풀어 수고비에 고마운 마음을 더 

보태기도 했다.


단야 밧~ 단야 밧~’


그동안 참 고마웠습니다.

몇 차례 기분 좋은 술잔이 돌고 각자 소감 한 마디씩을 하는데 마주 앉은 주근호 씨는 내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내 나이대접을 해서 하는 말인 줄 안다

살짝 들뜬 분위기에서 모두들 힘든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기분을 거리낌 없이 말하며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트레킹 시작하자마자 남체에서 

고소증으로 하산했던 분은 술 한 잔 하고는 들어가 버렸다. 얼마나 마음 아플까... 어떻게 위로할 말이 없다.


파티가 끝나고 객실에 돌아와 그 동안 함께 했던 스틱을 접어 카고백에 넣었다. 이제 내일 아침 비행기가 루크라공항을 잘 이륙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초저녁 그렇게 퍼붓던 비는 어느 새 그치고 밤 3시가 되니 창문으로 내다보는 하늘엔 북두칠성이 선명하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밤이다.

 

 

마지막 밤

잠이 오지 않지만 억지로 자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제 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몇 시간 후면 여길 떠나 카트만두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내일엔 인천을 

향할 것이다.

지난 41일 카트만두에서 여기로 오는 비행기가 뜨지 못해 애태우던 일이 그리고 그날 오후부터 걷기 시작한 지난 12일간 히말라야에서 보낸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촐라패스를 넘던 날 돌풍에 날려버린 수첩 때문에 두글라패스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던 일이 꿈만 같다. 그런 고생조차도 이젠 

달콤하다.

니마, 깐차, 팍상, 수만, 프렘...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리워지는 얼굴들

트레킹 내내 한 방을 쓰며 내게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윤형의 고마움도 히말라야와 함께 오래 오래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다시 여길 올까. 아니 여기에 내가 다시 올 수나 있을까

아마다블람과 탐세르쿠의 매혹적인 자태

고쿄 밤하늘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별들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눈보라에 휘날리던 오색 타르초.... 

이런 것들을 내가 다시 볼 수 있을까.
트레킹 내내 열정적으로 일정을 준비하고 일행들이 사고 없이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애써 온 박 대장을 비롯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분들의 정든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루크라의 밤은 깊어 이제 새벽으로 가고 있다. 이제 곧 아침이 되고 잠이 깬 히말라야는 세계 각국에서 온 트레커들을 맞이할 것이다.

나마스떼, 잘 생긴 탐세르쿠를 비롯한 히말라야 설산들이여 두드코시 강물이여-
나마스떼, 우리를 도와준 가이드 니마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여-
함께 지낸 시간들 행복했던 일들을 기억하고 노래하자.
나마스떼 나마스떼....

아직 히말라야를 떠나지도 않았는데-
촐라패스를 다시 한 번 넘었으면,
텡보체를 다시 한 번 가봤으면,
우기에 두드코시를 따라 올라가며 촬영했으면,
포르체텡가에서 저녁 노을에 비친 캉테가와 탐세르쿠를 다시 한 번 만났으면,
그리고.... 그리고... ...

힘들었던 일들은 벌써 다 잊어버리고 행복한 순간들만 떠올리고 있다.
먹고 자는 것 등 어느 하나 불편하지 않은 게 없었지만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것들조차 모두 달콤한 추억이 될 것이니...

행복했다. 지난 시간 참으로 행복했다.
숨이 턱에 차고 심장이 터질 듯 쿵쿵 거리며 고쿄리를 오르고 촐라패스를 넘고 또 칼라파타르를 오르며 한계 체력과의 싸움이 계속되는 나날이었지만 

매일 매일 매 순간 행복했다. 카메라가방과 배낭을 앞뒤로 메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프레임을 잡고 셔터를 끊는 매 순간 행복했고 황홀했다. 이 엄청난 

풍경을 내 카메라에 담다니 이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모습을 내가 담아가다니. 고맙다. 나를 바람 넣어 여기에 오게 한 분들 그리고 트레킹 내내 

따뜻한 마음으로 나를 도와주며 동행한 동기생 여러분들이 너무나 고맙다.

14일차 새벽 루크라/네팔에서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3_5377.jpg

 

올 때와 갈 때 합쳐 3일간 묵었던 히말라얀 롯지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600_9795.jpg

 

하산길은 가볍다.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3_9853.jpg

 

안녕~~

잘 있어요~~~!!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4_1297.jpg

 

다시 두드코시를 만났다.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4_2794.jpg

 

마지막으로 타르초를 찍었다.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4_4526.jpg

 

너와집도 나타나고 루크라에 거진 다 왔다.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4_5559.jpg

 

누군가 찍어줬다.



8ae9042483d2cbd76929351decbc205f_1754255184_7179.jpg


쿡 프렘(가운데 파란셔츠)과 키친보이들

너무나 고마워서 사진으로 남겼다.


 


 

관련자료

댓글 2
profile_image

김정태/총무이사님의 댓글

비회원은 댓글 열람이 불가능합니다.

로그인 해주세요

전체 78 / 3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