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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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일차-407/고쿄-고쿄리-고쿄-당락

프렘(Prem)과 그의 일당(一黨)에 대한 고마움
아침에 일어나 물티슈 순둥이를 꺼내렸더니 꽁꽁 얼어서 고양이 세수도 하지 못했다.
이제 트레킹 8일째를 맞는다. 오늘까지 힘든 여정을 낙오하지 않고 따를 수 있었던 것은 혜초의 사장이나 이번 트레킹에 함께한 박 대장의 탁월한 

운영덕분이 아니라 쿡 프렘(Prem)과 다섯 명의 키친보이 덕분이다. 최소한 나로서는 그렇다.
처음 네팔에 간다고 했을 때, 그것도 4~5일이 아니라 15일이나 간다고 했을 때 제일 걱정이 먹는 문제였다. 예전에 중국 5일 여행 때도 음식이 입에 

안 맞아 마지막엔 밥을 그냥 물에 말아먹곤 했었다. 그런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네팔음식을 15일씩이나 먹을 수 있을까, 그런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비록 행색은 초라해도 이들은 이번 트레킹에 있어 내겐 구세주와 같다. 아니 그냥 구세주다.

이른 아침 각 방을 순회하며 따라주는 밀크티나 레몬티부터 이들의 먹을거리서비스가 시작된다. 그리고 식사 때가 되면 정말 별아 별 메뉴가 

다 나온다. 물론 식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계란덮밥, 짜장밥, 카레밥부터 시작해서 첩첩산중 히말라야에서 수제비와 냉면까지 나온다

반찬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무침 깻잎 상추쌈 배추된장국 미역국 등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나를 감동하게 하는 건 도무지 

어떻게 이렇게 맛깔스럽게 음식을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가까이 뼈다귀 해장국집이 있어 사진하러 오는 사람들과 자주 들르는데 

난 해장국 외에 밑반찬을 하나도 먹지 않는다. 워낙 맛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디 마땅한 데가 없어 할 수 없이 거길 간다. 그런데 쿡인 프렘과 

일당들은 반찬을 어떻게 만드는지 어떤 반찬이고 도무지 맛없는 게 없다. 이 정도 맛이면 한국의 어떤 식당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짠 걸 잘 못 먹는 

내 입에 간도 얼마나 꼭 맞는지 정말 기가 막히다.

식사 때가 되면 가이드와 셀퍼들은 밥 그릇 국 그릇 들고 다니며 밥 더 드실 분 국 더 드실 분 하며 우리가 충분히 먹도록 배려한다. 그뿐인가, 이어서 

숭늉과 누릉지까지 나오고 또 과일까지 한 쪽씩 꼭꼭 나온다. 얼마나 맛이 있는지 밥보다 누릉지와 숭늉을 더 많이 먹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우린 밥 먹고 숟가락 놓고 다음 목적지로 나서면 되지만 이들은 밥 먹은 그릇 모두 씻어 짊어지고는 앞서간 우리를 추월해서 다음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후 우

리가 먹을 점심을 저녁을 준비하고는 우리를 기다린다. 지친 몸으로 목적지에 도착해서 이들이 끓여주는 차 한 잔은 꿀맛 같다.
수고비를 받고 하는 일이니 당연하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세상에는 당연한데도 감사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비 오는 날 편지를 배달한 우편배달부에게

불이 난 우리 집 목숨 걸고 불을 꺼 준 소방관에게도 우린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자식을 낳았으면 당연히 기르고 가르쳐서 키워주시는 부모님한테는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며 감사해 하고 돌아가신 후엔 제사를 지내며 

은덕에 감사해 한다. 당연한 일을 하신 분에게 말이다.
나들이 가는 날 하늘만 맑아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아침에 발코니 가까이 날아와 지저귀는 새에게도,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자

당연한 일에 감사할 줄 알면 스스로 얼마나 행복해지는 지 금방 알게 된다

당연한 일이라고 고마움을 모른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내게 하는 말이다.


고쿄피크와 타르초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06:50분 고쿄리를 향해 출발했다. 눈 덮인 호숫가 징검다리를 건너 급경사 지대에 붙으면 어디 한 곳 완만한 데 없이 계속 

올라야 한다. 한 시간 쯤 지나서 고도계를 보니 5,032미터다. 생전 처음 5,000미터를 통과했다. 오르는 중간중간 잔설이 있는데 조금 남은 눈도 깨끗하다

우리가 사는 데는 녹다가 남은 눈엔 온갖 찌꺼기가 다 있는 게 보통인데 공해 없는 여긴 조금 남은 눈까지도 깨끗하다.
올라가다 내려다보니 거대한 고줌바 빙하의 언저리에 고쿄가 겨우 붙어 있고 눈 덮인 두드포카리는 고쿄의 앞마당처럼 너르다

멀리 에베레스트 촐라체 눕체가 보인다.


08:28분 고도 5,200미터를 통과한 후 09:08분 마침내 해발 5,365미터 고쿄피크에 도착했다

히말라야의 전망대라는 여기서는 히말라야의 고산준봉들을 보며 촬영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내 눈엔 어째 그리 신통하게 보이지 않는다

여기선 히말라야가 사진적으로 뛰어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대신 바람에 날리는 타르초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제주에서 히말라야를 꿈 꿀 때도 여기서 에베레스트나 로체를 촬영할 생각보다는 바람에 

날리를 타르초를 촬영하려고 했다. 히말라야에 부는 바람을, 타르초를 흔들고 가는 바람을 촬영하고 보고 싶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강하게 불지 않아 

유감이었지만 그래도 촬영할 만큼 촬영했다.
고쿄리에서 하산한 후 각각 다른 사람에게서 고쿄리 정상에서 내가 카메라를 손에 들고 뛰어다니더라는 이야길 들었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미친듯이 타르초를 찍고 있었으니까. 네팔에 오기 전부터 바람에 날리는 타르초는 바람 같이 자유로운 내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히말라야의 하얀 연봉보다도 더 만나고 싶었고 더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모레인(Morain)지대를 지나 당낙으로
10:15분 고쿄피크에서 하산을 시작해 한 시간 만에 고쿄의 롯지에 도착,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는 12:50분 당락을 향해 출발했다. 제 고교에 왔던 길을 

약간 되돌아가서는 좌측으로 돌아 거대한 고줌바빙하의 모레인 지대를 횡단했다. 빙하지대를 건너는데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 빙하의 표면이 녹아 

암석만 남은 레인지대는 한 마디로 도저히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산만큼 커다란 굴삭기가 미친 듯이 마음대로 파헤쳐 놓은 

형국이다. 표면은 암석이지만 조금만 속에 들어가면 빙하 그대로이고 여기저기 표면이 내려앉은 곳은 빙하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미 수십 미터 두께의 얼음이 녹아내렸다는 걸 알 수 있는 원래의 높이와 내려앉은 후의 높이의 차이를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너무나 어머어마해서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가끔 빙하가 꺼지면서 굉음을 내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모레인지대를 건널 때도 반드시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만 

다녀야 안전하다고 한다.

여기저기 보이는 빙하 아래의 물빛은 두드코시의 뽀오얀 물빛 그대로다. 그런 물이 모이고 모여 두드코시가 되고 갠지스강이 되어 벵골만으로 나간다

모레인 지대를 건너 40분쯤 더 간 후 당락에 도착했다. 여기가 당락인지 드래그나그인지 탕낙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도엔 Dragnag이라고 되어있는데 

우리가 묵을 롯지는 Tangnag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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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한 달 전에 혜초에서 받아 놓은 지도를 하루 일정씩을 촬영해서 프린터로 뽑아 놓으면 편리하다.
배낭에서 하루에 한 장씩 꺼내 본다.
녹색표시가 오늘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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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자정 무렵 히말라야의 별을 촬영했다. 

북두칠성이 선명하고 멀리 초오유는 운무 속에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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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오유의 아침

구름 없어도 되는데 씰데 없이....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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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 '영상앨범 산'의 인트로 장면이 바로 여기서 본 풍경이다.(위의 사진)

인트로에서는 빙하끝에서 운해가 밀려오는 멋진 장면이다.

멀리 왼쪽에 에베레스트 로체 눕체가 있고 중간 쯤에 촐라체도 구부정하게 있다.

거대한 고줌바 빙하 가운데 아래에 쪼끄마한 마을이 있는데 고쿄다. 

아래 사진에 고쿄를 확대했는데 진짜 빙하를 머리에 이고 있고 빙하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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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생전 처음으로 해발고도 5,000미터를 넘어 5,365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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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리는 오색 타르초를 찍고 또 찍었다.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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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줌바 빙하를 건너 당락으로 간다.

자갈마당 같은 이 모레인 지대는 불과 한 뼘 아래가 빙하 얼음덩이다.

그래서 풀 한 포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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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하는 사진이다.

수십 미터 두께의 빙하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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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락에 도착했다.

태양열로 물도 끓이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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