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히말라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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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일차-427/카트만두-샤브루베시
kathmandu-Syabru Besi


2시까지는 스틸녹스 덕분에 잘 잤는데 깨고 나니 몸이 춥다 덥다 해서 다시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오한이 시작되어 보온자켓을 꺼내 입었다. 이런 나를 여기에 

보낸 이군 생각. 걱정하지 말아요, 나 잘 견딜게요.
좀 일찍 일어나 호텔 안나푸르나의 이른 아침 풍경을 담았다. 미풍도 없이 조용한 아침 약한 연무-
아침식사는 호텔 내의 식당에서 했다.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데 고기는 입에 대지도 않고 빵 몇 조각과 과일잼, 과일 등을 먹었다. 어떤 과일이든지 다 맛있는 

한국과 달리 네팔 과일은 여전히 맛이 없다.

오늘은 긴 시간 버스를 타야한다고 해서 식사 후 멀미약도 먹고 감기몸살약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식당을 나왔는데 조금 있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모자가 달린 

보온셔츠를 식당에 두고 온 것인데 옆 자리에서 식사하던 동기가 찾아다 주었다. 나 같이 정신없는 사람도 이래서 세상 살아갈 수가 있다.
메인 가이드 다와가 서브가이드 수니를 소개해줬다. 수니는 아리안계의 인도인 같은데 개구쟁이 같은 인상이 좋다.

로비에서 잠시 쉬면서 동기들과 이야길 하다가 내가 제주에서 베개까지 가져왔다니까 어느 동기가 덮던 이불은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불도 가져 올 걸 

그랬나... 이 베개도 관록이 있다. 벌써 히말라야에 세 번째다.
몸의 컨디션이 집을 떠날 때보다 좋지 않아 70-200mm 렌즈를 배낭에서 카고백으로 옮겼다. 걸으면서 촬영해야하는데 좀 부족해도 24-105mm로만 하자는 

생각에서다. 몸 상태가 사진에 대한 내 욕심까지 약하게 한다.
오 대장은 많은 기록을 하는데 논문자료로 쓸 거라고 한다. 함께 트레킹을 하는 동기들의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한다. 트레킹 마칠 때가 되면 동기들의 신상이 

몽땅 털리게 될 것 같다.

08:08, 호텔 현관 앞에 세운 버스 지붕에 우리들의 짐을 올리고 비와 먼지를 막기 위해 포장까지 든든히 하고는 우리를 싣고 카트만두를 빠져나간다

네팔에선 토요일이 휴무고 일요일은 평일로 일하는 날이라고 한다. 오늘이 토요일 휴무여서 길이 막히지 않고 잘 빠진다고 한다.
그래도 카트만두가 요즘 감귤꽃향기 그윽한 내가 사는 제주시 노형동의 아침 같지는 않다. 계속 울려대는 경적소리와 날리는 먼지, 매연, 차선도 무시하고 

달리는 차와 오토바이가 이곳의 아침 풍경이다.
시내를 벗어나자 들판엔 보리도 익어가고 감자도 캘 때가 되어 잎과 줄기가 누릇누릇하다.

버스가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냥 강원도 산길 같은 길이 아니라 불과 20~30미터 앞의 커브 뒤편에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좌로 우로 급커브가 

계속된다. 지도의 등고선을 따라 산맥 하나를 넘는 것 같이 까마득한 벼랑 위를 달린다. 우리 차가 한참 지나온 길이 바로 아래 보이기도 하고 우리 위 하늘 같이 

높은 곳에 다른 차가 달리기도 한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 급커브 길을 달리면서도 추월도 하고 또 다른 차에 추월을 당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런 아슬아슬한 길을 달리는 버스에 안전띠조차 없다. 죽고 사는 게 팔자소관이다. 나타나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고 조수석과 같은 맨 앞자리에 

앉았다가 조바심에 발에 땀이 날 지경이다.
이런 험한 길은 샤브루베시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6시간 반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네팔에서 버스를 탈 때는 절대 맨 앞자리에 타지 말자고 안나푸르나 때 

포카라에서 나야풀까지의 버스를 타고 그렇게 느끼고도 내가 또 실수를 한 것이니 이 건망증을 어쩔 것인가.

10:00 포카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통과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몇 시간이나 걸릴까. 안나푸르나에 갈 때 날씨 나빠 비행기 못 뜨면 버스를 타고 

저 길로 가야했을 것이다. 아참, 안나푸르나에 또 갈 거 아니니까 버스 시간 같은 거 이젠 신경 쓰지 말자.
뽀얀 연무가 계속된다. 사진을 하면 이런 날씨가 참 싫은데 그래도 상황에 따라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하는 사람이 날씨가 나빠서 빛이 좋지 않아서 

사진 못 얻었다고 말해선 안 된다

농담(濃淡)에 따라 원근감을 나타내는 수묵담채화 같은 사진을 만들면 어떨까. 정말 흑백으로 그렇게 하고도 싶다.

빨래터를 만드는 것일까, 열 명쯤이나 되는 여자들이 양손에 돌을 들고 도로변 도랑에서 뭔가 일을 하고 있다. 여자들이 돌을 들고 있으면 난 무섭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했고 툭하면 곗돈 떼먹고 달아나고 했으니 그렇다. 옆자리의 오은선 대장한테 이 이야길 했더니 웃으며 허리를 

꺾는다. 그래도 착한 네팔 여자들은 내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
싸랑해요, 네팔 여인~!!”

카트만두가 멀어질수록 버스는 더욱 더 험한 산길을 달린다. 핸들을 계속 좌우로 돌려야 하는 운전기사도 중노동을 한다. 그래도 운전기사가 아주 건장해 

보여서 조금은 안심이다. 내가 죽고 사는 문제가 운전기사의 두 팔에 달려 있다.
어쩌다가 평온한 길을 달리기도 한다. 창문을 열었다. 상큼한 바람이 들어온다. 여기는 어디쯤일까. 옅은 녹색 신록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제주도보다 약간 

이른 느낌이다.
10:50분 트리슐리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는데 어제 저녁과 같이 달밧이다. 달밧의 밥은 손도 대지 못했지만 후식으로 나온 포도 사과 망고 바나나로 점심을 

대신했다

11:55분 다시 출발한다. 깎아지른 절벽 위로 버스가 달리니 창문에서 도로가 보이지 않고 까마득한 아래 강줄기만 보인다. 차가 길로 다니는 게 아니라 허공에 

떠서 다니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다. 뭘 해서 먹고 살까. 농사지을 평평한 땅도 없고 고기를 잡을 강이나 호수도 없는데... 어지간히 경사진 곳도 

다 밭을 일구어 멀리서 보는 산자락이 모두 다랑이 밭이다.

길가에 있던 아이들이 버스가 지나가자 매달리듯 달려든다. 너무나 위험해서 버스를 멈추고 가이드 다와가 뛰어가서는 아이들을 쫓고 다시 출발하곤 한다

이런 데서 사는 아이들은 뭘 하고 놀까. 공을 찰 수 있는 운동장도 놀이터도 헤엄을 칠 강도 아무 것도 없는 아이들은 그냥 길가에 나와 있다가 지나가는 버스를 

손으로 두드려 보기라도 하고 싶은 걸까. 우리 같으면 지금 쯤 학교에 다녀와서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에 다닐 나이의 아이들이 흙먼지 뒤집어쓰고 

길가에 나와 있다니, 괜히 가슴이 아리고 답답해진다.

스치는 풍경들을 눈에도 가슴에도 담았다. 이런 풍경도 언젠가는 그리워질 것이다

여러 검문소를 통과한다. 어떤 때는 군복을 입은 여자가 버스에 올라와 날카로운 눈으로 우리들을 쓰윽 훑어보기도 한다. 여자가 다소곳하고 유순해야지 

사람을 그렇게 째려보면 못 쓰는 법이다.


12:45, 해발 1,600미터의 둔체 아르미검문소에서 잠시 쉬었다.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가 있는 이곳의 초소는 절대 

촬영금지라면서 근무하는 군인이 노 포토라고 외치며 카메라를 제지한다.
그러나 난 썰렁한 초소가 아니라 위장복 입고 근무하는 네팔의 군인을 촬영하고 싶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 나는 한국육군 하사라고 하고(아니 그게 언제적인데~) 사진 한 장만 찍자고 했더니 단호하게 !’. 그런다고 물러서면 평생 사진 

못 찍는다. 너덧 명인 군인들 중 우리의 옛 병장 계급장인 갈매기 하나를 단 군인에게 다가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네팔 국가를 지키는 당신들이 너무나 

멋있게 보인다, 초소를 넣지 않고 찍을 테니 포트레이트 하나만 찍자고 몇 번이나 말했더니 옆에서 웃고만 있던 갈매기 세 개가 결국 단 한 장이라며 내가 다가간

갈매기 하나에게 허락을 한다. 오케이, 하자마자 몇 컷을 눌렀다. 그러고 나니 은근히 갈매기 세 개도 찍고 싶어 람보 실베스터 스탤론 닮은 당신도 하나 찍고 

싶다고 했더니 여전히 미소를 띠면서 하는 말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하다. 역시 고참의 포스가 있다. 더 이야기해선 안 될 것 같아 쌩큐 쏘 머치~!’ 하고는 

버스에 오른 후 촬영한 갈매기 하나를 리뷰해보니 마치 논산 훈련병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불과’ 44년 전이다.

아르미 검문소를 지나 100미터쯤 가자 이번엔 둔체검문소다. 거기를 지나자 100미터도 안 되어 또 검문소가 있는데 정지한 버스 지붕 위에 탔던 사람들이 

모두 내려서는 걸어간다. 가이드 다와보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버스 지붕 위엔 사람이 못 타게 되어 있어서 모두 내려 저렇게 걸어가서는 검문소에서 

안 보이는 데서 다시 탄다고 한다. 검문하는 군인들도 당연히 그걸 다 알고 있다고 한다. 하하하~~
트레킹을 하면서 군인들이 근무하는 이런 검문소는 수도 없이 만난다. 네팔의 사회 안전망이 아직은 든든하지 못하니 그럴 것이다. 이들이 없으면 트레킹하는 

우리의 안전도 없다. 트레킹하다가 실종되고 목이 잘리고 돈과 장비를 빼앗기고 그러기도 한다.

카트만두와 샤브루베시를 연결하는 도로는 위험천만하고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곳곳이 산사태로 무너져 내렸고 여기저기 보수공사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도로가 비가 많이 쏟아지는 우기에 접어들면 어디가 어떻게 무너져 내릴지 상상도 못한다. 날씨 좋은 오늘 여기를 안전하게 지날 수 있게 된 걸 신령님께 

감사해야 한다.

14:45분 마침내 샤브루베시에 도착해서 Hotel에 들었다. 전에도 누차 말했지만 호텔이라고 해서 우리의 호텔이나 어제 저녁에 묵은 호텔 안나푸르나 같이 

생각해선 안 된다. 그런데 이 호텔의 간판 Hotel Sky 바로 곁엔 더 큰 글씨로 투보그(TUBORG) 홍보판이 있는데 이 투보그 홍보판은 카트만두는 물론 내가 

다녀본 네팔 곳곳을 덮고 있다. 힘들게 살아가는 네팔 사람들은 투보그 맥주를 마시며 ‘The Fun Starts Here~’ 하는 걸까.

혜초의 이진영 상무에게 이번 트레킹의 스태프에 대해 물어봤더니 우리 15명을 위해 가이드 4, 조리팀 6, 포터 18명 등 우리의 두 배에 가까운 28명이 함께 

한다고 한다. 우리 15명이 움직이는데 모두 43명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이 아니면 이런 트레킹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20kg이 넘는 카고백을 직접 

짊어지고 걷거나 나귀라도 빌려서 싣고 다니거나 또 밥도 직접 해먹어야 한다.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룸메이트 박완 씨와 함께 배정된 102호실에 들어가니 침대 위에 매미만한 바퀴벌레가 앉아 있다가 우리를 맞이해 기겁했지만 객실이 아주 깨끗하다

이러면 된다. 황토벽이 그대로인 시골집이라도 정갈하면 마음이 포근하다. 더구나 객실에 220V 전원콘센트까지 있으니 아주 좋다.

저녁식사는 돼지고기 수육, 더덕무침, 된장국이 나왔는데 하나 같이 맛이 있어 며칠 만에 실컷 먹었다. 저녁식사 후엔 이 상무의 트레킹 팁이 있었다

피로가 오기 전에 쉬어라, 15분 걸은 후 5분 휴식이 바람직하다 등등. 그리고 10시 전에 자지 말라고도 했다. 그래야 아침까지 숙면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말이야 그렇지만 15분 걷고 5분 쉬고 하다가는 집에도 못 간다.

밤이 되자 랑탕콜라 Langtang Khola의 물소리가 청량하다. 스틸녹스 하나를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쿰부에서 듣던 두드코시의 물소리 안나푸르나에서 듣던 

모디콜라의 물소리 그리고 여기 랑탕콜라에서 듣는 히말라야의 물소리가 자장가처럼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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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근무자도 찍었다.

맨 아래는 메인 가이드 다와와 보조 가이드 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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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식당 그리고 꽃잎을 띄운 수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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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골 마을에도 SAMSUNG 간판이 보인다.

점심식사인 달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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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르베시로 가는 길에 만나는 풍경들

다랑이 밭의 마을은 언제 산사태가 날 지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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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논산 훈련소의 내 모습보다 훨씬 잘 생긴 갈매기 하나

이 분들 덕분에 우리가 안심하고 히말라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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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꼬부랑 길을 다 내려가서 좀 더 가면 샤부르베시다.

길을 내려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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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겠다는 여심은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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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부르베시의 풍경

여기서 1박을 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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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총무이사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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