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히말라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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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일차-4월 26일/인천-카트만두
Inchon-kathmandu
03:00시 기상. 쾌청한 하늘에 붉은 일출을 본다. 6시쯤 콜밴을 불러 타고 공항으로 달려갔다. 출발인원은 혜초의 인솔자인 이진영 상무와 이번 트레킹의 리더인
산악인 오은선 대장을 포함해 모두 15명이다. 내가 4월 13일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으로 신청한 이후에도 4명이 더 신청했고 참가하게 된 것이다.
오은선 대장은 생각보다 작은 몸이다. 신상을 털자면 키 155cm에 체중 50kg이다. 저렇게 작은 몸으로 8,000미터급 14좌에 올랐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을 정
도다. 좀 우락부락할 줄 알았는데 첫 인상도 천상 여자다.
08:50분, 카트만두행 대한항공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시계와 카메라의 시간을 네팔시각에 맞춰 3시간 15분 뒤로 수정했다.
이렇게 떠나기 위해 지난 해 9월부터 무려 7개월이 넘도록 자료를 찾고 지도와 일정을 체크하고 몸만들기를 했다. 결국 최근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몸이
시원찮으니 내 준비는 실패한 것이다. 그래도 홀가분하다. 이제 트레킹 일정에 따라 내 몸을 맡기면 된다. 최선을 다해 나로선 분명 마지막일 히말라야
트레킹에 아쉬움이 없게 할 것이다. 어서 하얀 설산을 보고 싶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기내냉방을 시작하자 냉기를 견딜 수 없어 보온자켓을 입고 다시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를 입고 멀리서 민정이가 보내준 두툼한 버프까지
목에 둘렀다. 그러고도 모자라 모포를 무릎까지 덮고서야 겨우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안나푸르나에 갈 때도 꼭 이랬었다.
이런 몸으로 체르코리를 오르고 쿰부 때 넘었던 촐라패스와 토롱라와 함께 지구에서 최대의 고갯길이라는 라우레비나 패스를 넘을 수 있을까. 음료수가
나오길래 뜨거운 물 한 컵을 주문해 마셨다. 그런데도 오한이 너무나 심해 이군이 촬영배낭에 넣어 준 갈색 스카풀라를 꺼내 두 손으로 잡고 트레킹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견딜 수 있게 해달라고 성모님께 빌었다. 성당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성모님께 빌어본 건 처음이다.
11시경 점심식사가 나왔다. 비빔밥. 밥은 모래알 같고 미역국은 맛이 없다. 그래도 남김없이 먹었다. 이군이 그랬다. 입맛 없으면 밥을 물에 말아서 무조건
넘기라고. 안 그러면 그 몸으로 히말라야를 걷지 못한다고.
12시 경, 기내에서 히말라야의 하얀 설산을 촬영하려했으나 연무가 짙어 몇 컷 촬영하다가 포기했다. 욕심내지 말자. 체르코리와 고사인쿤드에서는 선명한
날씨이기를 기대하자.
우리가 탄 비행기는 카트만두 상공에서 몇 바퀴인가를 돌았다. 다른 비행기가 착륙중이라 그렇게 하늘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도로에서
차가 밀리듯 하늘에서도 비행기가 밀린다는 이야기다.
12:35분 트리부반공항에 착륙했다. 트리부반공항은 세 번째인데 한 번도 쾌청한 하늘을 보지 못했다. 이번엔 연무의 뿌연 정도가 더 심하다.
네팔의 유명한 왕의 이름을 딴 트리부반공항은 한국의 현대건설이 내진설계에 따라 아주 튼튼하게 건설했다고 한다.
버스에 오르니 메인 가이드 다와(DAWA CHHIRING BOMAJAN)가 소개되고 전과 같이 모두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줬다. 다와는 34살의 젊은이인데 순박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이다.
어느 식당에 가서 맥주 한 잔과 시즐러라는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입맛에 맞아 맛있게 먹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는데 난 모임에서 이렇게 소개하고
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얼굴을 보면 우리 편인지 알지만 이름도 어디서 왔는지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출발 전에 혜초로부터 미리
루밍리스트 Rooming List를 받아서 15명 모두의 명찰까지 직접 만들었는데도 그렇다. 다만 한 방을 쓰게 될 박 완 씨만 알 뿐이다.
식당 앞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2011년 4월 쿰부 히말라야를 트레킹할 때 메인 가이드였던 니마 세르파(NIMA SHERPA)를 만났다. 니마도 나를 알아보고
지금도 사진을 많이 찍느냐면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을 보내 줄 테니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했더니 명함을 준다.
‘AMADABLAM LODGE’. 그래 그랬었지, 쿰부 트레킹 마지막 날 남체에서 루크라로 내려오면서 길 가에 있는 근사한 롯지를 발견했는데 그게 니마의 것이라고
했다. 그 롯지의 이름이 아마다블람이었고. 니마는 지금 가이드 하는 일을 접고 롯지 운영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이렇게 좁다. 안나푸르나에 갔을 땐 트레킹 마지막 날 나야풀에서 쿰부 때의 보조가이드였고 내게 마니석의 ‘옴마니반메홈’을 가르쳐줬던 ‘수만’이를
만났었는데 이제 카트만두에서는 가이드 니마를 만난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좁다. 오늘 소개 받은 메인 가이드 다와는 또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까.
숙소인 안나푸르나 호텔에 들었다. 카트만두 시내 중심에 있는 이 호텔은 예전의 상그릴라 호텔보다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호텔 문밖에만 나서면
자동차와 매연으로 머리가 아프지만 호텔 안엔 수영장까지 갖춘 근사한 호텔이다.
로비에서 모두들 오은선 대장의 선물을 받았다. 먼저 챙이 넓은 등산용 모자인데 사진을 하는 내겐 맞지 않는 선물이다. 그러나 이군에게 갖다 주면 아주
좋아할 것 같다. 그 다음 디자인이 강렬하고 쓰기 좋은 스카프다. 지금 가지고 있는 스카프가 두 개인데 크기가 적당한 건 지난 2005년부터 사용해서 많이
낡았고 좀 새 거는 작아서 내 목에 한 번 두르기도 부족한데 큼직한 이 스카프는 내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런데 오 대장이 난데없이 왜 이런 선물을 주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자와 스카프 다음에 작은 노트 한 권과 볼펜 한 자루씩을 주면서 트레킹하는 매일매일
산행일기를 써 달라고 한다. 이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게 오 대장은 각 노트마다 받는 사람의 이름과 함께 이렇게 썼다. 2013. 4.26~5.6 아무개 님! 즐거운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오은선 드림. 세계 등산사의 대기록을 세운 분이 이렇게까지 정성과 성의를 다해 선물까지 주며 부탁하는데 거절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싶다. 나도 기꺼이 그러겠노라고 굳게 약속을 했다. 물론 이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오은선 대장도 랑탕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유는 랑탕엔 8,000미터급 산이 없기 때문이라는 명쾌한 답이다.
호텔로비에서 혜초 카트만두 사무실에 근무한다는 현지인 여직원 두 사람을 만났는데 제주에서 가져간 사진 두 장을 보우더낫에 있는 선물가게 주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2년 전인 2011년 10월에 보우더낫을 방문했을 때 촬영한 사진인데 내가 직접 전해주고 싶었지만 이번 우리 팀은 거기에 가지 않아서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
오후엔 타멜 거리를 둘러봤다. 변함없이 무질서에 혼잡스럽고 매연과 소음이 가득하다. 이런 점이 타멜의 매력이다. 정장을 입고 폼 나게 걸으며 신사처럼
절제된 행동을 하는 건 타멜과 맞지 않는다. 더우면 눈치 볼 거 없이 바지가랭이 둥둥 걷어붙이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도 좋은 데가 타멜이고 거리의 악사들과
통하지도 않는 말을 손짓발짓으로 해도 되는 곳이 타멜이다. 네팔의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레삼 삘리리를 연주하길래 내가 옆에 서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레삼 삘리리 레삼 삘리리 우레러 자우끼 다라마 반장 레삼 삘리리...’ 거리에서 이렇게 아무하고나 노래를 불러도 되는 데가 타멜이다.
한 방을 쓰는 박완 씨와 타멜을 걷다가 거리에서 바나나를 팔길래 사먹어 보자고 3달러를 주고 샀는데 속이 다 썩어서 먹을 수가 없다. 파는 사람도 몰랐겠지 뭐.
음악 CD를 하나 사려고 한참을 돌아다녔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지 못했다.
저녁식사는 낯익은 식당에서 달밧이라는 네팔음식을 먹었다. 이 식당도 벌써 세 번째다. 히말라야에 갈 때마다 이 식당에 가는데 난 달밧이 도통 입에 맞지
않는다. 모래알 같은 밥은 입에 넣을 수가 없다. 닭고기 몇 조각만 겨우 먹는다. 그런데 달밧과 함께 나오는 닭고기는 왜 이리 질긴지 모르겠다. 히말라야
야생닭도 아닐 텐데.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현관 좌우에 켜 놓은 촛불이 바람이 일렁이는 게 느낌에 닿아 몇 컷 촬영했다. 힘들게 살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
네팔인들의 영혼이 이렇지 않을까.
20시, 바쁘게 지낸 오늘 모든 일과가 끝났다. CF카드의 340컷 사진을 모두 넥스토에 옮기고 카드를 포맷했다. 그리고 디카와 넥스토의 배터리를 충천했다.
많이 사용하진 않았지만 AC가 있을 때 무조건 충전해둬야 한다.
21시, 이젠 자자.
네팔에서의 첫날밤을-.
다시 카트만두에 왔다.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
쿰부 히말라야 때 메인 가이드였던 니마 세르파를 여기서 다시 만났다.
이 사진을 보우더넛의 가게 주인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번 째 만나는 타멜 거리
술 따르는 솜씨가 묘기대행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