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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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일차-106/고레파니-푼힐-고레파니-데우랄리-타다파니
Ghorapani-Poon Hill-Ghorapani-Deurali-Tadapani


푼힐(Poonhill)의 감동
초저녁엔 수면제의 힘으로 잠을 서너 시간 자지만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오늘도 1시에 잠이 깼다. 뒤척이다가 3시에 일어나 넥스토를 

콘센트에 물려 충전을 시작했다.
고레파니의 숙소는 훌륭하다. 층마다 있는 화장실도 깨끗하고 침대엔 두툼한 이불도 있다. 더구나 전망도 좋아서 만일 우리가 고레파니가 시작되는 언덕 

아래에 숙소를 정했다면 어제 일몰 때의 풍경은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것 또한 큰 행운이다. 힘들어서 그런지 혀 여기저기에 혓바늘이 돋았다. 밖에 

나가보니 별들이 엄청난데 롯지의 불빛 때문에 촬영을 하진 못했다.

새벽 4시에 모두들 기상해서 스프 한 공기를 먹고는 30분에 푼힐로 출발했다. 푼힐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거기 올라가서 일출을 본 후 다시 내려와서 

아침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냥 가거나 배낭에 바람막이나 하나 넣어 가면 된다. 그러나 사진을 촬영해야하는 난 카메라와 교환렌즈와 삼각대 등 짐이 많은데 

룸메이트 하경수 씨가 또 응원군이 되어 큰 힘이 되어 주었다. 난 카메라가 든 벨트팩만 차고 하경수 씨가 내 배낭을 메고 올라가겠다고 한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게 틀림없다.

푼힐에서 보는 히말라야의 여명과 일출은 말 그대로 감동적이다. 제주에서 출발 전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몸이 회복되지 않거나 더 악화되어 

ABC(Annapurna Base Camp)까지 갈 수 없으면 나 혼자 고레파니에서 떨어져 일행들이 ABC를 다녀올 때까지 매일 푼힐에 올라가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내겐 그만큼 푼힐에 거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푼힐은 그런 내 기대에 부응했다.
05:24분 정상 가까이에서 여명의 역광을 받고 있는 마차푸차레를 먼저 찍고는 바로 정상에 올라 다울라기리(Dhaulagiri 8,172m)의 붉은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급히 삼각대를 세우고 24-105미리 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올리고는 촬영을 시작했다. 푼힐에서 다울라기리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될까. (집에 와서 혜초에서 

보내준 2십만 분의 1 지도에서 계산해봤다. 지도상에서 19cm니까 실거리로는 38km, 100리다)


100리 밖 아스라한 아침 연무 위로 붉게 물든 다울라기리의 웅장한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가슴에 뭔가가 꽉 차는 것 같다. 이럴 때 피사체에 현혹되어 사진을 실패하는 수가 있어 몇 번이나 초점과 노출과 구도를 확인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트레킹용 

가느다란 삼각대지만 마침 바람이 전혀 없어 선명한 사진을 담을 수가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히말라야의 아침에 넋을 잃었다. 사람들의 그런 뒷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내 원래의 계획에 있었는데 모두가 만족스럽다. 화면의 

왼쪽이 좀 허전해서 동행인 이순아 씨와 이미향 씨와 그리고 하경수 씨까지 동원해 화면을 채우기도 했다. 유감없이 찍었다. 모두가 제주에서 출발 전 수 없이 

생각하고 마음속에 그려보던 풍경이다.
룸메이트 하경수 씨의 도움이 말 할 수 없이 크다. 내가 그 배낭을 메고 푼힐 정상에 오르려면 최소한 동행들보다 20분은 더 걸렸을 것이다. 만일 그랬다면 

다울라기리의 그 아름다운 붉은 여명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울라기리의 붉은 모습은 금세 하얗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푼힐에서의 첫 컷에서 케이블 

릴리즈가 고장 났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몇 달 전 서울에서 만난 동생 순식이가 사 준 릴리즈를 비상용으로 배낭에 넣어뒀는데 이게 없었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자고로 유비무환이다.)

푼힐에서 내려오면서도 계속 셔터를 눌렀다. 대상은 여전히 다울라기리다. 아침 햇살을 사광으로 받기 시작한 하얀 거봉은 입체감까지 뚜렷하다.
고레파니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했다. 가이드 라나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로 어제 푼힐에 올라갔던 사람들은 짙은 구름과 안개로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왔다며 오늘 좋은 날씨에 다녀온 걸 축하한다고 한다. 산에서는 얼마든지 그럴 수가 있다.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흐린 날씨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일행은 그리고 특히 사진을 하는 나는 축하 받아야 마땅하다. 신령님 고맙습니다~~!!

타다파니(Tadapani) 가는 길
08:30분 타다파니를 향해 고레파니를 출발했다. 이젠 정면으로 햇빛을 받는 다울라기리를 뒤로 하며 걷는다. 걸으면서도 뒤를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자꾸 

돌아보다가 목이 돌아갈까 걱정이다. 장소 좋은 곳에서 단체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기럭지 긴 외국인 트레커들도 찍어줬다.
큰 나무들이 우거진 높은 고개 데우랄리 패스(Deuralli Pass)를 넘는데 아름드리 거목들에 그냥 감탄사가 나온다. 특히 주목처럼 붉은 몸에 잎도 비슷한 

나무는 죽죽 뻗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어쩌면 그렇게 잘 생겼는지 나무들을 안아주고 싶다.

10:40분 데우랄리에 도착했다. 레몬티를 한 잔씩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롯지와 가게의 의자에 한참을 앉아 쉬어도 주인이 물건을 사라고 눈총을 주지도 

않는다. 히말라야에선 어디서나 그랬다.
다시 데우랄리를 출발해 계곡으로 내려갔다가 물도 건넜다가 산으로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12:35분 반탄티(Ban Thanti)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반탄티는 어제 울레리와 고레파니에 있던 곳과 같은 지명이다. 우리나라에도 예를 들어 송정이라고 검색하면 수십 개소가 나온다. 데우랄리(Deuralli)도 

마찬가지다. 6일차에 만나는 곳인 데우랄리와 지명이 같다.
아침에 쨍하던 날씨가 어느 새 흐려졌다. 히말라야는 거의 이랬다. 아침에 담은 2리터의 물을 점심때가 되기도 전에 다 마셨다. 온몸이 땀으로 다 젖는다

그래도 갈증은 계속되고 수시로 물을 마셔야 한다.

점심은 수제비와 밥이 나왔다. 맛이 얼마나 좋은지 그냥 감동의 물결이다. 나 집에 안 돌아가고 여기에 눌러 산다면 우리 조리팀 때문일 것이다. 밥 먹고 나니 

하경수 씨가 자기 무릎보호대를 내게 채워준다. 내가 지고 다니는 배낭이 무거워서 무릎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고맙고 고마운 마음이다.
점심때 시간 여유가 있어 양말까지 다 벗고 흐르는 찬물에 발을 담갔다. 그리고는 햇볕에 따뜻해진 마당의 판판한 돌을 맨발로 밟으며 걸었다

내 사진은 내 발에 달려있다. 그만큼 소중하다. 발이 편해야 모든 게 만족한다. 그래서 滿足이다.

타다파니(Tadapani)의 무지개
13:40분 반탄티를 출발했다. 걷고 걸어도 첩첩산중에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황량한 쿰부에서의 트레킹과는 너무나 

다르다. 마치 밀림 속을 걷는 것 같다. 하늘이 컴컴하도록 흐리더니 오늘의 목적지인 타다파니(Tadapani)에 도착하자마자 제법 굵은 비가 쏟아진다

우린 정말 운을 받았나보다. 이 비를 도중에 만났다면 큰 고생을 했을 것이다. 옷도 젖고 신발도 젖고 비옷 입은 온몸을 땀으로 목욕했을 것이다. 말 할 것도 

없이 모두가 신령님 덕분이다.

여기에도 제주도의 정낭과 같은 게 있다. 다른 점이라면 구멍이 세 개 또는 네 개가 뚫렸고 또 구멍이 둥글거나 네모라는 점이다. 그리고 설치한 곳도 집의 

대문 위치 외에 마을의 소로에도 설치한 걸 보면 용도도 다른 것 같다.
타다파니에서도 설산들을 볼 수 있는 꼭대기 롯지에 짐을 풀게 되었다. 짐을 대강 정리하고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 2층 복도에 올라갔다. 혹여 금방 

구름 속에 마차푸차레가 나타나진 않을까 해서였는데 금방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선다. 히말라야에서 무지개라니, 뽑기를 해도 늘 꽝인 내게 이런 복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신령님께 부탁을 드렸지만 무지개까지나....
무지개를 촬영한 후 비가 그친 마당에 내려와 테이블 위에 삼각대를 세우고 운해에 들고나는 안나푸르나 남봉(Annapurna South)과 

히운출리(Hiun Chuli 6,434m) 그리고 마차푸차레와 그 오른쪽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안나푸르나 2봉도 촬영했다.

해가 지고 주위는 어둑해 지는데 이젠 촬영 끝이라고 생각하며 삼각대를 접는데 멀리서 홀로 하얗게 빛나는 강가푸르나(Ganggapurna 7,454m)가 나타났다.

, 정말 행복하다...

이런 멋진 풍경을 눈보라 속에서 추위와 싸우며 촬영하는 게 아니라 마당에서 맨발에 샌들만 신고 촬영하다니...

달빛촬영
저녁식사를 하고 마당에 나오니 음력 910일의 큼직한 달이 떠 있다. 하늘은 어느새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갰다. 별 촬영을 포기하고 달빛으로 설산을 촬영해 

보려고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를 화면에 채우고 셔터를 열었다. 감도 400 조리개 F46~8분 정도 열었더니 근사한 사진이 되었다. 더구나 예상 외로 

별들의 궤적까지 선명하게 찍혔다. 이제까지 달이 없는 밤을 골라 별만 촬영했지 달빛을 이용해 풍경을 촬영할 생각을 왜 못했을까. 물론 한라산에선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올라오는 빛으로 별의 궤적을 이렇게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다.

내게 온갖 도움을 주던 하경수 씨는 내 헤드랜턴의 배터리가 약해져서 희미해지자 자신이 예비로 가져온 새 배터리로 교체해 준다. 천사가 따로 없다

트레킹은 모름지기 이런 분과 함께 해야 한다.
디지털카메라의 배터리도 이틀을 썼더니 조금 밖에 남지 않아 롯지 주인에게 충전을 부탁했더니 100루피라고 한다. 1.5달러 정도지만 내가 1달러를 내밀자 

흔쾌히 오케이한다. 아무래도 쿰부지역보다는 넉넉한 느낌이다.

불면증
8시 반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11시에 깨서는 또 아침까지 밤을 새운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녁 때 잠이 들어 아침까지 똥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몸이 가벼워질까.
몸은 차츰 지쳐 가는데 불면은 계속되고, 그래도 내일 모레 오후엔 ABC에 도착할 것이다. 힘내자. 잠 설쳤다고 죽지 않는다.
기온이 많이 높지 않은데도 오한과 발열이 계속되어 트레킹 중 땀으로 목욕을 하다시피 하고 밤에도 잠자리를 땀으로 적시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에 물도 

큰 페트병으로 두 개도 더 마신다. 쿰부 때 생각으로 가져 온 500CC 보온병은 아직까지는 쓸모가 없다. 아마 ABC에서 야경촬영 할 때나 쓰겠지

4시에 이 메모를 하면서도 오한과 두통이 있다. 큰 탈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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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에서 만난 바라시카르, 안나푸르나 남봉 그리고 히운출리(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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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울라기리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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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울라기리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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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사진 안 찍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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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하는 제자와-

이경수 씨가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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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계속 내려가기만 한다.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갈 때는 이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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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까지-

신령님의 배려가 하늘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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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의 마당에서 찍은 안나푸르나 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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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와 셔터 소리만 들린다.

행운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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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와 마차푸차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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